【뉴욕 외환·원자재 시장 브리핑】 미 달러화가 미 국채(T-Note) 수익률 상승에 힘입어 제한적이나마 상승세를 이어 갔다. 12일(현지시간) 달러지수(DXY)는 전일 대비 0.04% 오른 104.82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6bp가량 급등하며 달러 금리차를 확대해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58.0)을 하회한 55.4로 4개월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자 달러는 고점에서 일부 되돌림을 보였다. 같은 날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달러의 유동성 프리미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완화 기조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점도 달러 상단을 눌렀다.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100% 확률로 25bp, 6% 확률로 50bp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이어 10월 28~29일 회의에서도 두 번째 25bp 인하 가능성을 91%로 가격에 반영하면서, 연말까지 총 70bp 인하(현재 4.33%→3.63%)를 전망한다.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우려—트럼프 대통령의 쿠크 이사 해임 추진 및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소속 스티븐 미란의 이사 선임 의사—도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자산 기피 심리를 키웠다.
미시간대 소비·인플레이션 기대 지표에 따르면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8%로 전월과 같았으나,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5%→3.9%로 상승해 시장 예상치(3.4%)를 상회했다.
① 유로화: ECB-Fed 정책 차별화가 지지
EUR/USD 환율은 0.03% 상승한 1.0830달러를 기록했다. 장 초반 달러 강세에 밀렸지만 ECB 이사회 위원이자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인 요아힘 나겔이 “차입비용 추가 인하는 중기적 물가안정 목표(2%)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숏커버링이 유입됐다. 시장은 ECB가 사실상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한 반면, Fed는 연내 3차례 인하할 것으로 보는 ‘정책 디버전스’를 유로화 지지 요인으로 꼽는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여전한 부담이다. 러시아가 “협상은 일시 중단
상태”라고 밝힌 데 이어, 11일 폴란드 영공에 진입한 드론을 격추한 사건을 폴란드 정부가 “침략 행위”로 규정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다.
ECB 내 다른 매파적 인사와 달리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하방 위험을 고려할 때 향후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며 비둘기적 스탠스를 유지했다. 스왑시장은 10월 30일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3%로 본다.
② 엔화: 당국 개입 가능성 약화·日 정치 불확실성 부담
USD/JPY는 0.22% 오른 149.75엔으로, 150엔대 재진입을 시도했다. 재닛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가토 일본 재무상이 공동성명에서 “환율은 시장이 결정해야 하며, 인위적 조작은 지양한다”고 밝혀 BOJ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니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엔화 안전자산 수요도 감소했다.
정치 리스크도 겹쳤다. 이시바 신조 일본 총리가 참·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과반을 상실하자 사임 의사를 발표,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가 부상했으나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7월 산업생산 확정치가 –1.6%에서 –1.2%로 상향 조정된 점은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③ 귀금속: 금·은, 완화 기대·지정학 리스크에 동반 상승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2.80달러(0.35%) 오른 1,970.40달러, 은 선물은 0.681달러(1.62%) 상승한 42.73달러에 마감했다. 은 가격은 최근물 기준 14년 만의 고점을 경신했다.
이번 주 부진한 고용지표와 완화된 물가 지표가 다음 주 FOMC 25bp 인하를 확실시하게 만든 가운데, 연내 3차례 인하 기대가 금·은에 우호적이다. 앞서 언급한 폴란드 드론 격추 사건 등 유럽발 지정학 리스크,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 불안정성도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8월 금 보유량을 0.06백만 트로이온스 늘린 74.02백만 트로이온스로, 10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 갔다”
는 사실도 금 가격을 떠받쳤다. 같은 기간 글로벌 금 ETF 보유량은 2.25년 만의 최고치, 은 ETF는 3년 만의 최고치로 집계돼 펀드 매수세가 견고함을 확인시켰다.
금융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중동 및 동아시아 지정학 변수 등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이 2,000달러선을 향해 추가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용어 풀이 및 시장 영향
T-Note란 만기 2년 이상 10년 이하의 미 재무부 표준 중기 국채를 의미한다. 해당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 자산의 무위험 수익률로 간주돼 환율·주가·파생상품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DXY(달러지수)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타 통화 약세를 뜻한다.
기자 해설·전망
시장 구조상 금리 차이와 중앙은행 정책이 단기 환율 변동성을 결정짓는다. 현 시점에서 Fed가 ECB보다 적극적으로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달러의 추가 상승 여력을 어느 정도 제한하지만, 미 국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내려오지 않는 한 DXY가 103~105 박스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유로화는 지정학 리스크, 엔화는 일본 정부·BOJ 정책 혼선이라는 자체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은에 대한 선호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명목금리가 하락하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재진입할 경우 귀금속 랠리가 재점화될 소지도 있다.
※ 본 기사에 언급된 투자 정보는 단순 참고용이며, 특정 자산매입이나 매도 권유에 해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