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9일 보도는 13번째 문단에서 ‘6월 30일까지 12개 기업에서 투자 철회’로 정정됐다고 밝힌다*.)
기사 작성: 그왈디스 푸셰
오슬로/로이터—노르웨이 전(前)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가 최근 두 개의 전선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오는 9월 7~8일 총선에서 중도좌파 노르웨이 노동당(Arbeiderpartiet)의 재집권을 위한 선거 유세이고, 다른 하나는 약 2조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1(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GPFG)의 ‘이스라엘 투자 논란’에 대한 정부 대응이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는 10년 간 나토 사무총장을 역임한 덕에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노르웨이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그는 노르웨이 재무장관이자, 국민 여론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스타 파워’는 노동당뿐 아니라 좌파 성향의 연립 파트너들에게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과 진보당 등 좌파 블록이 근소한 차이로 총선 승리를 점치고 있으나, 2021년보다 의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르웨이 시내 경영전문대학에서 연설을 마친 스톨텐베르그(66)는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촬영 요청 세례를 받았다. 28세 금융학도 뵈른 바칸은 그와 셀카를 찍은 뒤 “그는 전설(Legend)이다”라고 감탄했다.
스톨텐베르그는 2000~2001년, 2005~2013년 두 차례 총리를 지냈다. 올해 2월 재무장관으로 복귀하자 현지 언론은 이를 ‘Stoltenback’이라 명명했고, 노동당 지지율은 며칠 새 10%p 급등했다. 오슬로 사회연구소 요한네스 베르그 선임연구원은 “스톨텐베르그의 귀환이 지지율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국제 정세가 불확실해지자 유권자들이 현 정부로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연립정부에서 이탈한 중도 농민 정당(센터당) 역시 노동당 단독 통치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스톨텐베르그는 “10년간 나토 본부에 있다가 다시 거리 유세에 나서니 예상보다 훨씬 즐겁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국부펀드·이스라엘 투자 논란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GPFG)의 이스라엘 투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국부펀드란 자국의 석유·가스 등 자원 수익을 장기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투자 펀드를 말한다. GPFG는 전 세계 주식·채권 70여 개국 9,000여 종목에 분산 투자해 ‘오일 머니’를 미래 세대 연금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30일 이후 펀드는 두 자릿수(24개 이상) 이스라엘 기업에서 지분을 철회했다. 이는 펀드가 이스라엘 전투기 엔진 정비 업체에 새로 투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단행된 조치다. 그 전까지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12개 이스라엘 기업에서만 철수한 상태였다.
논란의 핵심은 점령지(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인권 침해 간접 가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의회 밖 좌파 정당들은 전면 철수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원칙적 책임투자’ 관리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톨텐베르그는 “현재까지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논란이 선거를 지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모델(높은 평등·복지와 역동적 시장경제의 결합)’을 신념으로 꼽으며 “팀으로서 내가 믿는 가치를 위해 뛰는 것이 즐겁다”고 강조했다.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높은 조세·복지 부담에도 불구하고 혁신과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 정책담당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 기자 해설
가자 전쟁, 스윙보터 되나
이번 총선은 근소한 격차로 접전이 예상된다. 기후 변화·가자 전쟁처럼 특정 의제에 강한 의견을 가진 소수 유권자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가 적지 않다. 26세 금융학도 압디라흐만 로블레는 “노동당에 투표한 적 있지만, 가자 사태 대응이 더 적극적인 다른 당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으로 보면, GPFG의 투자 철회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방산·인프라 기업 주주 구성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S’ 영역의 인권 이슈가 투자금 흐름을 바꾸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GPFG가 벤치마크로 삼는 MSCI ACWI에서 특정 종목 비중이 감소하면, 연동 ETF까지 매도를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스톨텐베르그는 ‘나토 10년 + 노르웨이 총리 9년’ 경험을 바탕으로 안보·경제를 융합한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유권자에게 ‘위기 관리 능력’ 이미지를 심어주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 정책 연속성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야권은 “노동당이 국부펀드 문제를 축소한다”고 비판하며, 의회 차원 조사(청문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GPFG 운용지침(윤리 위원회 권고안 수용 범위)이 크게 바뀔 수도 있어, 향후 4분기 국제 자본시장에서 GPFG 매매 동향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스톨텐베르그가 유세 현장의 ‘아이돌’ 역할을 하면서도 재무장관으로서 자국 최대 경제 현안을 관리하는 복합적 리더십을 시험받고 있다는 점이 이번 선거의 중대 변곡점으로 떠오른다.
※ 각주
1 GPFG는 석유·가스 수익을 스스로 ‘슈퍼 연금통’이라 지칭하며, 운용 성과가 모든 국민의 노후 복지로 직결된다. 2024년 말 기준 운용 자산은 노르웨이 GDP의 세 배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