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오 아르마니 후계 구도 핵심 축, 재단의 역할 강화
이탈리아 밀라노—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의 후계 시나리오를 관장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Fondazione Giorgio Armani)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직접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마니 그룹의 경영위원회(Executive Committee)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재단이 그룹의 새로운 CEO를 추천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르마니 재단은 2016년 설립 이후 브랜드 창업자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회장(1934년생)의 사후(死後)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 핵심 기구로 자리매김해 왔다. 재단이 전원 합의로 가결한 이번 결정은 ‘창업자의 철학과 기업 문화 수호’라는 재단 설립 목적을 보다 강력하게 실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단 지분 30% 이상 영구 보유, ‘안정적 지배구조’ 선언
경영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The Fondazione shall never hold less than 30% of the capital, thereby acting as a permanent guarantor of compliance with the founding principles.”원문
이를 번역하면 “재단은 그룹 지분을 30% 미만으로 결코 낮추지 않을 것이며, 이는 창립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영구적인 보증 장치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재단은 최소 30% 지분을 영구적(永久的)으로 유지함으로써 대주주로서의 결정권과 거부권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이 같은 방침은 아르마니 브랜드 가치가 투자 유치·상장·M&A 등 외부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safety net)’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에서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2·3세 승계 과정에서 겪는 지분 분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경영위원회 구성: ‘가족·측근·전문경영인’ 3대 축
조르지오 아르마니 회장은 현재 90세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컬렉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 경영 공백을 대비해 경영위원회를 미리 구성해 왔다.
이번 성명서에 따르면 위원회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 판탈레오 델오르코(Pantaleo Dell’Orco): 창업자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삶의 동반자
- 아르마니 가족(Famiglia Armani) 일부 구성원
- 시니어 매니지먼트(고위 경영진)
델오르코는 1970년대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옆에서 브랜드 성장 전략을 함께 설계해 온 핵심 인물이다. 이처럼 ‘가족-측근-전문경영인’의 3각 편대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거버넌스 측면에서 외부 견제와 내부 견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로 평가된다.
성명서 핵심 메시지 “창업자의 뜻 존중, 브랜드 영속”
경영위원회는 성명서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We affirm our commitment to supporting this path in full respect of his wishes, united by the shared goal of securing the best possible future for the company and the brand.”
직역하면 “우리는 그의 뜻을 온전히 존중하며, 회사와 브랜드의 최선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공동 목표 아래 이 경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구는 아르마니 철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직의 장기적 성장과 브랜드 가치 극대화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경영위원회의 단호한 선언으로 해석된다.
해설: 재단 모델, ‘루이비통·에르메스’와 다른 길
유럽 명품 시장에서는 가족 지분율 유지를 위해 지주회사·신탁·재단 등 다양한 거버넌스 모델이 활용된다. 예컨대 프랑스 LVMH는 지주회사(Artemis)로, 에르메스는 가족 신탁과 파트너십 구조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은 ‘비영리 재단이 30% 이상을 영구 보유’하는 모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방식은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브랜드 철학을 왜곡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재단이 문화·예술·사회공헌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용어 설명: ‘재단(Fondazione)’과 ‘승계(Succession)’
이탈리아에서 Fondazione는 비영리법인이자 공익 목적을 위한 자산 관리 주체다. 가족 경영 기업의 경우, 재단이 지분·브랜드·경영권을 동시에 보유하며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자주 활용된다.
Succession은 단순히 경영진 세대교체를 뜻하지 않는다. 브랜드 철학·디자인 정체성·고객 경험까지 포함한 총체적 유산 전승이라는 의미가 크다. 따라서 재단이 차기 CEO를 제안한다는 결정은 형식적 승계가 아닌 가치·문화 중심 승계를 지향한다는 신호다.
전문가 시각
패션·럭셔리 업계를 분석해 온 마켓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 첫째, 외부 자본 유입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차단해 브랜드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
- 둘째, 차기 CEO가 재단 추천을 거쳐 선임되는 구조는 ‘가문·브랜드·전문경영인’의 이해관계를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 셋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상장(IPO)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재단의 지분 영구 보유 방침은 상장 시점·가치평가·유통 주식 비율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차기 CEO 후보가 내부 승진 인물일지, 외부 영입일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2) 지분 30% 룰이 실제로 어떠한 의결권 구조를 만들지, 재단이 우선주·의결권 제한 주식 등을 활용할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3) 재단의 사회공헌 활동 영역 확장 여부 역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발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브랜드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획기적 거버넌스 장치로 평가되며, 향후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이 유사 모델을 도입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