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고용시장의 추가 냉각이 랠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는 최신 전략 보고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S&P500, 나스닥 종합지수가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더 약화된 고용지표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골디락스(이상적인 경기·물가 균형)’ 시나리오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디락스 내러티브란 경제 성장세는 유지되면서도 물가 압력은 과도하지 않은 이상적인 환경을 뜻한다. 투자자들은 이 환경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며, 위험자산 가격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바클레이즈 에마뉘엘 코우(Emmanuel Cau) 전략가 팀은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범위 안에서 상승한 반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년 만에 최고치로 늘어나면서 연준이 내년 9월 16~17일 FOMC에서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장 베팅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 하락(가격 상승)은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와 통화 완화를 동시에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우 팀은 “금리선물 시장은 향후 12개월 동안 약 6차례의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가 이미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고용지표가 추가로 악화될 경우 투자 심리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 바클레이즈 보고서
연준은 2022~2023년 인플레이션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크게 올렸다가 2024년 말부터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2025년 12월 회의 이후로는 금리를 동결한 상태다. 연준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전통적으로 완화 사이클 재개는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질 때 이뤄졌다. 그러나 바클레이즈는 “현재까지 경제 활동 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여 경기 하강 우려가 당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AI 붐은 주식시장에 지속적인 순풍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주 오라클(Oracle)이 예상을 웃돈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중국 기술 섹터 전반의 이익 모멘텀에 대한 신뢰가 강화됐다. 코우 팀은 “대형 테크 기업이 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들의 실적 개선은 지수 전체의 이익 전망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 밸류에이션은 이미 역사적 고점 수준이며, 변동성 지수(VIX)는 저점에 머물러 있다. 코우 팀은 “고용시장 추가 약화가 나타날 경우, 과도하게 낙관적인 ‘골디락스’ 스토리는 균열이 생길 것”이라며 왼쪽 꼬리 위험(left tail risk)에 대비한 헤지 전략을 권고했다.
왼쪽 꼬리 위험은 수익 분포 곡선의 왼쪽 꼬리에 위치한 극단적인 손실 가능성을 의미한다. 시장이 과도하게 좋은 시나리오만 반영할 때, 작은 충격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는 옵션, 인버스 ETF 등 파생상품을 통해 방어막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용어 설명 및 해설
골디락스(경제):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지나치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지칭한다. 투자 환경에서는 성장률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은 과도하지 않아 중앙은행이 긴축을 완화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왼쪽 꼬리 위험(left tail risk): 통계적 수익률 분포에서 평균보다 훨씬 낮은 값이 붙은 구간(왼쪽 꼬리)에 해당하는 손실 위험을 말한다. 시장이 과도한 낙관론으로 높게 평가될 때, 작은 부정적 이벤트만으로도 큰 폭의 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고 개념이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 말미에서 “최근 시장 랠리는 금리 인하 기대와 AI 성장 스토리라는 두 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고용지표 악화라는 세 번째 변수가 돌발 악재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감안해, 투자자들은 분산 투자와 헤지 수단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