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델 CEO, BBVA의 ‘극복 불가능’ 적대적 인수 제안 맹비난…이사회 “거부” 권고

[바르셀로나‧마드리드] 스페인 중견은행 방코 사바델(Banco Sabadell)의 최고경영자(CEO) 세사르 곤살레스-부에노(Cesar Gonzalez-Bueno)가 경쟁사 BBVA가 추진 중인 153억 유로(약 180억 달러) 규모의 적대적 전액 주식교환* 인수합병(M&A) 제안을 “완전히 탈선한 거래이며 ‘극복 불가능한 실행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Spanish bank building

2025년 9월 12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BBVA는 지난 16개월간 사바델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해 왔으며,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두 은행의 합산 시가총액은 스페인 국내 시장 점유율 약 25%에 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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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바델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단독 경영 전략’(standalone strategy)을 지지하고 BBVA의 제안을 거부하라고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주들은 2025년 10월 7일까지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정부 개입, 합병 이점 사실상 무력화

스페인 정부는 인수 자체는 승인했지만 향후 3년간 두 은행의 운영 통합을 금지하는 전례 없는 조건을 부과했다. 곤살레스-부에노 CEO는 “정부 조건 때문에 비용 시너지와 조직 통합이라는 합병의 핵심 이익이 실현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스페인 내 거센 사회적 반발과 추가 정부 승인 절차를 이유로 “완전한 법적 합병이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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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VA의 제안은 은행 가치를 근본적으로 과소평가한다.” — 세사르 곤살레스-부에노, 사바델 CEO

반면 오누르 겐치(Onur Genc) BBVA CEO는 7월 말 컨퍼런스콜에서 “규모의 경제가 절실하다”며 “대형은행이든 소형은행이든, 소매금융을 영위하는 한 통합을 찾아내지 못하면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규모의 한계’ 논란…SME 고객 이탈 우려

곤살레스-부에노는 “지역‧국내 통합의 실행 논리는 일정 수준까지는 유효하지만, 시장 집중도가 한계에 도달하면 역(逆)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스페인 중소기업(SME)의 절반이 사바델 고객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거래가 성사되면 이들이 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대거 타행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panish SME business

※ 용어 설명
전액 주식교환(ALL-SHARE) 인수 :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 주주에게 현금 대신 자사 주식을 제공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 현금 유출이 없지만, 주가 변동에 따라 거래 가치가 실시간 변동한다.
SME :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즉 중소기업을 의미한다.


■ 시장 반응 — 프리미엄 소멸·역전

투자자들은 이미 BBVA 제안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제안 첫 공표 당시 30% 프리미엄이 붙었던 사바델 주가는 급등해 현재 BBVA 제안가보다 약 9% 높게 거래되고 있다.

BBVA는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 ‘딜은 살아 있다’는 반론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들은 “정부 제약으로 경제성이 희석(diluted)되긴 했으나 거래 자체가 좌초된 것은 아니다”라며 연간 4억5,000만 유로의 비용 절감 효과가 단기간에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평가기관 스코프(Scope) 역시 “합병은 BBVA 주주에게 막대한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며 “산탄데르, 카이샤방크와 함께 스페인 은행권 ‘빅3’ 체제를 구축, 세 은행이 시장의 65%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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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VA는 9월 말까지 법적으로 가격을 상향 조정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제안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 전망

향후 열쇠는 주주 총회 표결정부 규제라는 이중 관문에 달려 있다. 시장은 통합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와 브랜치(지점) 통폐합 금지 여부가 실질적 장애가 될 것으로 본다. 사바델 측의 ‘거부 캠페인’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느냐에 따라 스페인 은행 산업의 지형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