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리마켓 현황 — Adobe·슈퍼마이크로·워너브라더스 상승, RH 급락

뉴욕 증시 개장 전(프리마켓)에서 주요 기술·소비재 종목 간 희비가 엇갈렸다. 전날 미국 3대 지수가 경제 지표 호조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으나, 12일(현지시간) 새벽 선물시장은 마이크로 조정 양상을 보이며 S&P 500·나스닥 100 선물이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주 열릴 연방준비제도(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단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물가·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됐다는 신호를 보내며 금리 인하 기대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개장 전 거래에서 개별 기업별 뉴스가 증시 방향성을 좌우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프리마켓(pre-market)이란?
정규장(미 동부시간 09:30~16:00)에 앞서 열리는 시간외 거래를 말한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종종 ‘장전 거래’라 부르며, 기업 실적 발표나 거시경제 이벤트가 장 시작 전에 공개될 때 주가에 선제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주목

주요 종목별 움직임

“인공지능(AI), 인플레이션, M&A 루머” — 이날 프리마켓에서 투자자들이 포착한 세 가지 핵심 키워드다.

① Adobe Systems(NASDAQ: ADBE)
주가: +3.4%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Adobe는 연간 매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회사 측은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디자인·편집 툴 ‘파이어플라이(Firefly)’‘포토샵 AI’ 등이 강력한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서비스 구독 모델이 견조한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면서 Wall Street 애널리스트 다수가 목표주가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② RH(NYSE: RH)
주가: –8.3%
럭셔리 가구 브랜드 RH는 2분기 매출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Gary Friedman 최고경영자(CEO)가 “가구 업계는 관세 여파로 2026년 이후까지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 위축 우려가 맞물리며 주가가 급락했다.

주목

③ Super Micro Computer(NASDAQ: SMCI)
주가: +6.5%
서버·스토리지 전문업체 슈퍼마이크로는 NVIDIA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GPU를 탑재한 AI 서버의 대량 출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데이타센터용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 기대를 자극하며 매수세가 유입됐다.

④ Microsoft(NASDAQ: MSFT)
주가: +1.0%
마이크로소프트와 OpenAI는 영리 법인 전환과 관련해 구속력이 없는 예비 협약(non-binding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한다.

⑤ Warner Bros. Discovery(NASDAQ: WBD)
주가: +7.7%
전날 28% 넘게 급등한 데 이어 추가 상승했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Paramount-Skydance)’ 컨소시엄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촉발한 M&A(인수·합병) 프리미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⑥ Applied Materials(NASDAQ: AMAT)
주가: –1.1%
일본계 투자은행 미즈호(Mizuho)‘중립(neutral)’으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중국 내 반도체 장비 경쟁 심화와 공정 전환 속도 가속이 시장점유율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해석 및 전망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연초 대비 40% 이상 상승한 가운데, AI 수혜주와 반도체 장비주 간 실적 격차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Adobe·슈퍼마이크로처럼 혁신 서사를 갖춘 기업은 호재성 뉴스에 즉각 반응하지만, Applied Materials처럼 공급 과잉·경쟁 압박이 구체화된 기업은 조정 리스크가 커진다는 해석이다.

한편,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하할 경우, 빅테크·고평가 성장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채권금리 하락→할인율 축소→주가 밸류에이션 상향이라는 전통적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물경제 지표가 재차 반등하거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인플레이션 둔화→재확산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가구·고가 소비재처럼 탄력적(경기 민감) 소비 업종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RH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결국 투자자들은 AI 장비·클라우드 인프라 등 구조적 성장 테마와, 소비 둔화·관세·물가라는 거시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바이폴라(bipolar) 장세’에 직면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별 뉴스 플로우를 활용한 종목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용어 풀이

프리마켓 — 정규장 시작 전(미 동부시간 04:00~09:30)에 열리는 시간외 거래 구간으로, 기업 실적 발표 직후 급격한 가격 조정이 잦다.

NVIDIA Blackwell — 2025년 공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아키텍처로, 기존 ‘호퍼(Hopper)’ 대비 연산 효율을 대폭 개선해 AI·HPC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Non-binding agreement —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비 협약으로, 기존 지분 구조나 규제 이슈를 고려해 단계적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