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Howard Schneider) —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가 오는 주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공포보다 ‘경기 침체 혹은 정체(stagnation)’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고용 부진과 물가 상승 압력 완화가 확인되면서 연준 위원들 사이에 수개월간 이어져 온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사실상 정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여름 두 명의 연준 이사가 ‘고용시장 둔화’를 근거로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진 이후, 다수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경기 하강과 고용 부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주요 지표 변화
• 실업률 — 8월 4.3%로 상승
• 신규 실업수당 청구 — 최근 한 주 급증
• 6월 고용 — 수정치에서 ‘순감소’ 확인
• 고용 벤치마크 개정 — 1년간 일자리 100만 개 가까이 축소
특히 6월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최종 수정에서 감소로 전환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이 데이터가 7월 30일 회의 전에 나왔다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 4.25~4.50%에서 더 빨리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다음 주 50bp(0.50%포인트) 인하에 나서야 한다 … 고용시장 냉각 속도가 연초보다 빠르다.” — Neil Dutta,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경제연구 책임자
그러나 Dutta는 ‘위원회 내부 타협안’으로 25bp 인하와 함께 고용시장 안전망 강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 내다봤다.
연준은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028년까지의 분기별 전망치를 업데이트한다. 이는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압박’을 강화하고, 리사 쿡 이사 해임 시도를 포함해 중앙은행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vs. ‘경기 정체’
지난 6월 분기 전망에서 연준 위원 7명은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는 ‘높은 물가+높은 실업+저성장’이 동시 발생하는 1970년대형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지만, 최근 데이터는 반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다소 빨라졌으나,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와이오밍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충격은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라고 밝혔다.
반면 연준이 이번 주 발표한 고용 벤치마크 개정치는 2024년 4월~2025년 3월 사이 추가된 일자리가 기존 추정치보다 약 100만 개 적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선거 직후 두 달간 ‘트럼프 랠리’로 고용이 일시 급증했음을 감안하면, 실제 월간 평균 증가는 4만 개에 불과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스태그플레이션(영어 stagflation)은 침체 (stagnation)와 인플레이션 (inflation)이 합쳐진 용어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국면임에도 고물가·고실업이 동반될 때를 가리킨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 심각하게 나타난 바 있다.
고용시장 위험 신호
• 산업 전반 고용 저변(고용이 늘어난 업종 비중)이 경기후퇴 직전 수준으로 축소
• 대형 카운티 가운데 일자리를 늘린 곳이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4년 만의 최저
• 흑인 실업률 7.5%(2월 6% → 8월 7.5%)로 급등, 백인 실업률은 3.7%로 소폭 하락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 Vincent Reinhart(BNY Investment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물가와 싸움이 끝났다고 선언하진 않을 것”이라며 “25bp 인하는 ‘미세 조정(recalibration)’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연속적인 대폭 인하 사이클에 대한 결의는 아직 없으며, 소비·투자 지표 일부가 견조하다는 현실도 의원들이 감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석이 줄어들며 고용 창출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우리 JobsEQ 데이터상 구인 공고는 전년 대비 7%↓, 2023년 대비 27.1%↓로 ‘충격적’ 하락세다.” — Francesco Renna, Chmura Economics & Analytics 이코노미스트
이는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노동 수요가 빠르게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은 ‘금리 인하 속도’가 향후 경기 방향성을 좌우할 최대 변수라고 진단한다. 고용지표는 이미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소비·AI 투자 등 일부 긍정 요인이 상충하면서 정책 결정권자들이 난해한 균형점을 찾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제시할 장기 금리 경로(dot plot)와 실업률 전망은 시장에 ‘안도’ 혹은 ‘충격’ 가운데 하나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용어 가이드*
• bp(베이시스포인트) : 1bp는 0.01%p, 50bp는 0.50%p를 뜻한다.
• FOMC :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 8회 정례회의 개최
• 벤치마크 개정 : 통계 당국이 샘플조사와 실제 고용보험 데이터 등을 대조해 고용 통계를 뒤늦게 수정하는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