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글로벌 통화정책 잔혹사…‘기준’, 아니면 ‘빅컷’인가

뉴욕·도쿄·런던발 종합 — 투자자와 백악관의 한 인물까지 손꼽아 기다려온 순간이 성큼 다가왔다. 이번 주 연속으로 열리는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2025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부터 영국은행(BOE), 일본은행(BOJ)까지 연이어 정책결정을 예고하면서, ‘언제, 얼마나’라는 두 질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편집자 주: bp(베이시스포인트)란 1bp=0.01%포인트를 뜻하는 채권·외환시장의 단위로,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인상 폭을 정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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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준, 드디어 움직이나

이번 주 최대 이벤트는 9개월간의 동결 끝에 미국 통화완화 사이클이 재개될지 여부다. 최근 2주간 발표된 미국 비농업고용 부진과 소비자·생산자물가(CPI·PPI) 둔화는 최소 25bp 인하의 명분을 제공했다. 이는 2024년 9월~12월 지속됐던 완화 경로를 재가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완화 필요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대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며 정책 독립성 논란을 자극했다. 선물시장(Fed Fund Futures)은 4.25~4.50% 목표범위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으며, 50bp ‘빅컷’ 가능성도 10%가량 가격에 녹아 있다. 연말까지 총 75bp 인하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이미 연준의 선제완화를 선반영하고 있어, 의사록의 추가 힌트가 없을 경우 시장은 ‘매수 팩트, 팔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 월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2. BOJ, 타이밍 논쟁

스콧 베센 미국 재무장관이 “BOJ가 뒤처졌다”고 공개 지적했지만, 9월 19일 금리 인상은 희박해 보인다. 일본은 10월 4일까지 차기 총리를 확정하지 못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팽배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아베노믹스 계승자로 확장재정·초저금리를 주장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이시바 시게루 재정매파를 계승하겠다는 정반대 스탠스를 보인다. 연준이 인하 국면에 진입할 경우 BOJ의 선제 인상은 국채시장 불안·엔화 강세 심화·니케이 고점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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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리선물시장에서 연내 인상 가능성은 50% 내외로 하락해, 베센 발언 직후 72%까지 치솟았던 기대감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3. 영·노르딕, ‘한 발 물러선’ 긴축 기대

유럽도 중앙은행 슈퍼위크 대열에서 예외가 아니다. 영란은행(BOE)은 9월 18일 회의에서 현행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8월 소비자물가 발표(전날)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시장은 추가 인하 지연 시나리오에 무게를 둘 수 있다. 16일 발표되는 영국 고용지표도 관전 포인트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같은 날 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은 25bp 인하 확률을 약 70%로 보지만, 연 3.5%에 달하는 근원물가가 변수다. Fed 이후 하루 만에 발표되는 유럽 각국 결정은 통화정책 분화를 더욱 부각시킬 전망이다.


4. 신흥국: ‘완화 vs 방어’ 갈림길

여러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도 속속 결정을 앞두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3% 물가목표제로 하향 조정한 뒤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 7%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조기 인하 여부를 두고 긴장이 고조된다.

브라질은 지난 12개월간 450bp나 금리를 올려 20년래 최고 수준인 15%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성장 둔화·인플레 서프라이즈 하방이 맞물리며 ‘언제쯤 인하 전환할까’가 핵심 화두다.

인도네시아는 18일, 존경받던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 해임으로 재정확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5% 기준금리 결정을 내린다. 투자자들은 정책 신뢰 훼손 가능성을 예의주시한다.


5. ‘야만적 유물’의 화려한 귀환: 금

금 가격은 최근 3년간 두 배로 뛰었고, 2025년 들어서만 40% 급등해 1980년 126% 폭등 이후 최고의 연간 성적이 전망된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상승률(22%)을 압도했다.

달러 약세, 명목·실질금리 하락 외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탈달러 수요가 엄청난 매수세를 이끌며, 금값은 $3,600/온스를 돌파했다. 특히 중앙은행 등 장기 투자자가 매입을 주도한다.

*참고: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금을 ‘야만적 유물’(barbarous relic)이라 칭했으나, 최근 시장은 이를 ‘최후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전망

이번 주 결정들은 ‘교차 통화·국채 금리 스프레드’를 통해 즉각 글로벌 자산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 안팎에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가운데, 연준 메시지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면 위험자산 랠리가, 매파적이면 달러·단기채 강세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Fed→BOE·노르웨이→BOJ 순서로 발표 시간을 체크하며 ‘상대적 통화정책’에 베팅하고 있다. 한편 금·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이 안전판 역할을 하는 가운데, 신흥국 고금리 통화에도 선별적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