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가 다시 높아졌다. 단기·중기·장기 모든 구간에서 예상치가 일제히 올라가면서, 영란은행(BoE‧Bank of England)의 통화정책 운신 폭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8월 8~12일 실시한 분기별 ‘통화정책 위원회(MPC)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1년 동안의 중앙값(median)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6%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조사(3.2%)보다 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영란은행의 공식 물가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음 12개월(1~2년 차)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3.4%로, 5월(3.2%)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5년 후 장기 기대치 역시 3.8%로 0.2%포인트 높아졌다.
장기 기대치가 단기 기대치보다 높은 구조는 ‘물가 고착화’ 우려를 시사한다.
현 시점의 물가 상승률에 대해 응답자들이 느끼는 체감치는 중앙값 4.8%로, 직전 조사(4.7%)보다 소폭 높았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공식 통계와는 차이가 있지만, 가계 심리가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란은행에 대한 순(純) 만족도는 2%로 떨어졌다. 5월 조사(6%) 대비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물가 목표가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38%로 3%포인트 감소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약화가 가시화된 셈이다.
금리 전망은 혼재됐다. 응답자의 33%는 ‘향후 12개월 금리 인상’을 예상해 5월과 동일했다. 반면 ‘동결’ 전망은 26%(5월 21%)로 늘었고, ‘인하’ 전망은 29%(5월 34%)로 줄었다. 경제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을 묻자 ‘금리 인상’이 14%(+2%포인트), ‘금리 인하’가 33%(-4%포인트)로 나타났다. 개인적 이익 측면에서는 28%가 ‘높은 금리가 유리’, 29%가 ‘낮은 금리가 유리’하다고 답했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면 경제가 어떻게 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69%가 ‘경제가 약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응답은 5월 조사에서 67%였다. 반대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6%에 그쳤다.
용어 설명과 배경 분석
· 중앙값(median): 전체 응답을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한 값이다. 평균과 달리 극단치(이상치)의 영향을 덜 받아 여론조사에서 자주 사용된다.
· IPSOS: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으로, 정부‧기업‧학계의 신뢰도가 높다.
· 인플레이션 기대: 소비자와 기업이 미래 물가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뜻한다. 기대치가 높아지면 임금·가격 결정 과정에서 실제 물가가 더 오르는 ‘자기실현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세컨드라운드 효과(second-round effect)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의 상향이 중앙은행 금리 인상 압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장기 기대치가 3%대 후반을 유지하면, 2% 목표 복귀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힘을 얻을 수 있다.
개인 의견으로, 영란은행이 2025년 중 정책금리를 조기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물경기 둔화 징후가 명확해지더라도, ‘기대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명령이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정책 공조’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