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떠난 미국인들은 음식을 비롯해 언어, 물가 등 다양한 문화적 차이에 놀라곤 한다. 특히 일상적인 생활비가 예상보다 낮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환율 효과뿐 아니라 해외 각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해 온 검소한 소비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GOBankingRates 보도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소비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5가지 핵심 전략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도는 일일 장보기, 자원 공유, 수리 중심 문화, 흥정·물물교환, 워크-라이프 밸런스 중시라는 다섯 가지 테마를 제시하며, 각 항목마다 유럽·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등에서 검증된 구체적 사례와 전문가 견해를 함께 소개했다.
1. 일일 장보기(Daily Grocery Shopping)
미국 가정은 대개 주 1회 대형마트에 들러 일주일 치 식료품을 대량 구입한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 지역 주민들은 가까운 시장에 매일 들러 당일 소비할 분량만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어센션 그룹의 금융 이사 제이크 클레이버(Jake Claver)는 “필요한 만큼만 사면 식재료 폐기량이 줄어 건강도 챙기고 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더 웰시 페어런트(The Wealthy Parent LLC)’의 창립자 켈리 파머(Kelly Palmer)는 “유럽 도심에는 미국식 초대형 마트가 거의 없어 품목 자체가 적다”면서, “선택지가 줄어드는 만큼 불필요한 구매가 자연스럽게 억제된다”고 덧붙였다.
2. 자원 공유(Sharing Resources)
페루의 ‘론다스(rondas)’처럼 라틴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공동 모임을 통해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차례로 목돈을 가져가는 회차별 적립금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가디언 록 웰스(Guardian Rock Wealth)의 창립자 존 브라우닝(John Browning)은 이를 “가족과 이웃 간 다세대 협업의 금융 생태계”라고 칭했다.
클레이버는 “아프리카·아시아 곳곳에서도 공구·책·기술 등을 이웃끼리 돌려쓰는 문화가 보편적”이라며, “모두가 함께 쓰면 개인 지출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 내 재정 지식과 유대감이 동시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함께 사는 것을 넘어, 협업으로 구축되는 재무적 안전망을 미국인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존 브라우닝
3. 수리 우선 문화(Repair Instead of Replace)
전자제품이나 가구가 고장 나면 곧바로 새 제품을 구매하는 미국 문화와 달리, 여러 국가에서는 수리 전문점을 먼저 찾는다. 클레이버는 “고치면 쓰레기 감축뿐 아니라 가계지출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며, 환경적·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강조했다.
Kakeibo(카케이보)*와 같이 ‘수선, 재사용, 절약’을 중시하는 일본식 가계부 문화도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카케이보: 1904년 일본에서 시작된 가계부 작성법으로, 지출 목적과 감정 상태를 함께 기록해 소비 습관을 성찰하게 하는 자가 분석 도구.
4. 흥정·물물교환(Barter and Trade)
가격 협상이나 물물교환이 일상화된 해외 시장에서는 ‘말’이 곧 화폐 역할을 한다. 밸런스드 뉴스 서머리(Balanced News Summary)의 창립자 크리스토퍼 윌리엄(Christopher William)은 “자동차·주택·서비스 등 고가 품목일수록 협상 폭이 커진다”며, “미국도 합리적 협상을 통해 큰 폭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물물교환 시스템은 현금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면서도 참여자 간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지출 구조 자체를 축소하는 효과를 낸다.
5. 워크-라이프 밸런스 중시(Prioritize Work-Life Balance)
파머는 “유럽인은 워라밸을 훨씬 잘 유지해 단기적 스트레스 해소용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즉, 균형 잡힌 생활이 불필요한 ‘셀프케어 지출’을 억제해 장기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앞서 언급한 카케이보가 감정과 소비를 조화시키는 ‘심리적 예산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브라우닝은 “카케이보는 단순 가계부가 아니라 소비 행위의 정신적 동기를 성찰하게 한다”며, “미국 가계도 이를 도입하면 의도적이고 감정적으로 성숙한 재무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 한눈에 보기
- Rondas: 페루 등지의 회전식 공동 적립금 제도.
- Kakeibo: 지출 항목과 감정을 함께 기록하는 일본식 가계부 작성법.
기사 출처: ‘5 Frugal Money Habits Americans Can Learn From Other Countries’, GOBankingRates,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