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델 이사회, BBVA의 150억 유로 규모 적대적 인수 제안 전원 일치로 거부

스페인 4대 은행 중 하나인 Banco Sabadell 이사회가 BBVA가 제시한 최대 153억 유로 규모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이로써 두 대형 은행 간 인수전은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사바델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공개매수(턴더 오퍼)에 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는 BBVA가 며칠 전 공식화한 149억~153억 유로(주당 1주+현금 0.70유로) 규모 제안에 대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이다.

제안 조건은 사바델 주주 5.5483주당 BBVA 신주 1주와 현금 0.70유로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턴더 기간은 10월 7일까지며,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바델 경영진은 이번 제안이 은행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비용 절감 효과를 과대추정하며, 규제 위험을 주주에게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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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장벽·가치평가 논란

사바델 이사회는

“스페인 정부가 대형 은행 합병 시 최소 3년간 완전 통합을 제한한다”

는 규제 조항을 근거로 들며, BBVA가 제시한 연간 9억 유로 비용 절감 목표치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즉, 2029년까지 달성하겠다는 BBVA의 시너지 목표가 현실적으로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2024년 5월 사바델이 BBVA의 전신주 교환 제안을 처음 거부했을 때와 동일한 논리다. 당시 사바델은 “순수 주식 교환은 자본비율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고, 이후 실적 개선과 주가 반등을 통해 실질 가치를 증명해 왔다.


BBVA의 전략적 의도와 시장 반응

BBVA 측은 국내 시장 지배력 강화중소기업(SME) 고객 기반 확대를 이번 인수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다. 스페인 은행 시장은 규모 대비 경쟁은행 수가 많아 비용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BBVA의 설명이다. 통합 시 스케일 이코노미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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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바델 경영진은 “BBVA가 제시한 가정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주주 보호 장치가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특히 스페인 감독당국 일부가 BBVA가 지분 30%만 확보해도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문제 삼은 점을 강조했다.


적대적 인수·턴더 오퍼란?

적대적 인수(hostile takeover)는 목표 기업 경영진 동의 없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사바델 사례처럼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도 일정 지분 이상을 매입하면 인수가 성사될 수 있다. 다만, 금융 규제와 주주 구조·의결권 제한 등이 변수로 작용해 실제 통합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턴더 오퍼(tender offer)는 공개매수로 번역된다. 특정 가격·조건하에 주주들에게 자발적으로 주식을 팔도록 권유하는 절차다. 성사 요건으로 통상 50%+1주 이상의 지분 확보가 필요하지만, BBVA는 이번에 30% 수준으로 문턱을 낮추려 해 감독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문가 시각

스페인 IB(투자은행) 업계는 “사바델의 단호한 거부가 BBVA의 협상 카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장기 협상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유럽 매크로 분석가들은 “유럽계 은행 합병 규제 완화 논의가 지속되는 만큼, 규제 리스크가 일정 부분 완화되면 거래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주가 추이다. 향후 수개월 간 두 은행의 주가 변동은 주주들의 선택과 협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은 주가 움직임을 통해 시장의 가치 평가와 인수 성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일정 및 전망

BBVA가 자진 철회하지 않는 한, 현재 턴더 마감일은 10월 7일로 유지된다. 이후 약 1주일 내 결과 공시가 예정돼 있지만, 규제 승인·조건부합 여부에 따라 일정은 추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BBVA가 최소 목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안을 조정하거나 재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목표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합병 완결까지는 스페인 정부의 3년 규제 유예 기간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거부 결정은 스페인 금융 산업 재편을 둘러싼 규제·가치평가·주주권 보호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느냐에 따라 유럽 은행권 전반의 M&A 환경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