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유가 하락

■ 시세 동향
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티커 CLV25)는 11일(현지시간) -1.30달러(-2.04%) 하락한 채 마감했고, 같은 달물 RBOB 휘발유(RBV25)는 -0.0287달러(-1.43%) 내렸다. 시장 참가자들은 공급 과잉 가능성과 경기 둔화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025년 9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 공급 전망치를 하루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한 직후 매도세가 강해졌다. IEA는 OPEC+의 증산 계획을 근거로 들며 직전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늘어난 수치를 제시했다.

■ 공급 과잉 우려 심화

IEA 발표가 알려진 직후 원유 가격은 즉각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시장은 이미 OPEC+가 2년에 걸친 감산 기조를 점진적으로 되돌리는 과정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OPEC+는 10월부터 하루 13만7천 배럴을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이는 8ㆍ9월 증산분(54만7천 배럴)에 비해 감소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감산 축소 흐름이 장기적으로 2026년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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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적 변수: 중동·유럽 리스크

한편 지정학적 긴장은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0일 폴란드는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고, 9일 이스라엘은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고위 인사를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다. 카타르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 중동 분쟁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동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기 때문에, 갈등 고조 시 공급 차질 리스크가 커진다.

■ 수요 둔화 신호: 미국 고용지표

미국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는 예상을 깨고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는 경제 성장 둔화 및 에너지 수요 약화를 시사한다. 다만 같은 날 달러화 약세S&P 500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이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변수

우크라이나의 드론ㆍ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이 줄어 8월 1~27일 원유 정제량은 510만9천 배럴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공급 타격 가능성은 가격을 지지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와 보조를 맞춘다면 “인도·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관세”로 러시아 압박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 사우디의 가격 인하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10월 아시아 고객 대상 판매가격을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당초 시장 예상(-0.5달러)을 넘어서는 폭이다. 이는 수요 약화 신호로 해석돼 시장에 추가 하락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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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유식 저장량 증가

해상 조사업체 Vortexa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원유 저장 선박 물량은 전주 대비 6.8% 증가한 7천7백69만 배럴로 확인됐다. 해상 저장 증가 역시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운다.

■ 미국 내 공급 지표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9월 5일 주간 보고서에서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낮고, 휘발유 재고는 0.6% 낮으며, 중류유(난방유·경유) 재고는 10.4% 낮다“고 밝혔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1천349만5천 배럴(주간 기준)로 전주 대비 0.5% 늘어, 작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대치(1천363만1천 배럴)에 근접했다.

■ 시추 활동

베이커휴스 리그 카운트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미국 가동 석유 굴착기 수는 전주보다 2기 늘어난 414기다. 이는 지난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를 소폭 상회하지만,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로는 여전히 200기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 낯선 용어 풀이

RBOB(Renewabl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미국 휘발유 선물 시장의 표준 규격으로, 첨가물(에탄올 등) 혼합 전 상태의 휘발유를 말한다. WTI는 미국 텍사스주 쿠싱에서 거래되는 경질유의 기준 가격이며, 국제 유가의 대표적 벤치마크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IEA의 공급 전망 상향 조정과 사우디의 공격적 가격 인하는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공급 차질 가능성을 상존시킨다. 결국 시장은 “공급 과잉”과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두 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중이다. 본 기자는 4분기 들어 세계 경기 모멘텀이 둔화될 경우 배럴당 70달러 중반까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중동분쟁이 격화할 경우 반등 여지도 상시 열려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