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 Corporation)와 오픈AI(OpenAI)가 영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차주 영국을 방문해 투자의향을 공식화할 예정이며, 동행 일정에는 전(前)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포함돼 있어 정치·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9월 1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두 기업은 런던에 본사를 둔 데이터센터 기업 N스케일 글로벌 홀딩스(Nscale Global Holdings Ltd)와 손잡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블룸버그 통신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영국 내 고성능 연산 인프라(HPC) 확충을 통해 인공지능(AI)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로 대표되는 최신 AI는 막대한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연산 자원을 요구한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사인 엔비디아는 자사의 H100·GB200 시리즈와 같은 고성능 AI 가속기를 통해 해당 수요를 선점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는 영국 내 신흥·기존 고객사 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픈AI는 올해 초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 Corp.)과 함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를 위해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영국 프로젝트가 먼저 가시화될 경우,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방향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영국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규모’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아직 두 회사는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으나, 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AI 인프라 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규제 인센티브를 제시해 온 만큼, 공공·민간 이해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전력과 칩 자원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연산을 처리할 서버 랙(rack)·냉각·전력·네트워크 설비를 갖춘 대규모 시설로, 이를 통해 AI 서비스의 지연(latency)을 낮추고 안정적 가동시간(uptime)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싱가포르·아일랜드·핀란드 등은 이미 전력비와 환경·보안 기준을 맞춰 데이터센터 허브로 성장해 왔다. 이번 투자 발표가 현실화되면, 영국이 유럽 내 신규 ‘AI 허브’로 도약할 잠재력이 커진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파트너십
양 사는 2024년 8월 두 개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공동 발표하며 기술 협력의 폭을 넓혔다. 엔비디아로서는 자사 칩이 오픈AI 기반 서비스에 채택될 때마다 서버·클라우드 사업자와의 연계 판매량이 증가한다. 오픈AI 역시 안정적이고 강력한 하드웨어 지원을 확보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구조가 형성된다.
영국 정부·산업계 파급 효과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제조·금융을 넘어 첨단 기술혁신을 신(新)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고용창출, 전력·부동산 시장 활성화, 사이버 보안 전문 인력 수요 확대 등 다층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런던 외곽에 조성될 경우, 교통·통신 인프라와 지방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
다만,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탄소배출저감, 토지 수용성 등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이슈 해결은 필수 과제로 남는다. 영국 내 복잡한 전력망 규제와 승인 절차가 투자 속도를 결정지을 수 있으며, 고밀도 GPU 서버가 요구하는 냉각 수요를 위해 지역 사회·환경단체와의 지속적 협의가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전문가는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제출할 구체적 투자 규모·일정·장비 사양이 공개돼야 자본시장과 정책 당국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다”며 “특히 영국 정부가 제시할 전력요금 지원책, 세액공제 범위가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두 CEO의 영국 방문 일정은 다음 주 중반으로 조율되고 있으며, 현지 산업·통상부 고위 관료와의 면담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공식 발표 직후 영국 파운드화,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관련주, 반도체 장비주 등 금융시장 파급 효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영국이 미국·아시아에 편중된 글로벌 AI 인프라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그리고 엔비디아·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다른 테크기업의 유럽 투자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향후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