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로우 모션(Rho Motion)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2025년 8월 전 세계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25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성장률로, 작년 하반기에 기록된 높은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가 글로벌 수치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이터는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1분기와 2분기에 월 평균 36% 증가했으나, 8월에는 6% 성장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로우 모션의 데이터 매니저 찰스 레스터(Charles Lester)는 “4분기에는 신규 보조금 예산 집행과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맞물리면서 중국 판매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정부 보조금 프로그램의 재원 확대가 이미 예고돼 있으며, 통상 10~12월에는 신차 구매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지닌 결정적 영향력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로우 모션 자료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완성차 판매 전체가 8월에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자 글로벌 성장률도 즉각적으로 둔화됐다. 특히 중국 1위 전기차 제조사 BYD는 지난주 “2025년 글로벌 판매 목표를 최대 16% 하향 조정한다”고 공식 발표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8월 한 달만 따지면 지리(Geely), 샤오펑(Xpeng), 니오(Nio) 등 중형 이하 로컬 브랜드들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대형 업체의 점유율이 다소 흔들리는 사이, 소형·전문 브랜드가 틈새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YD가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타 완성차 업체들의 공세를 체감하고 있다,”찰스 레스터, 로우 모션
북미·유럽의 반사이익
중국 성장세 둔화를 일정 부분 상쇄한 것은 북미와 유럽이다. 미국에서는 일부 연방 세액공제(택스 크레딧) 제도가 단계적으로 축소·폐지되기 전에 전기차 구매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레스터 매니저는 “미국의 8월 전기차 판매는 사상 최고치가 예상되며, 9월에도 또 한 번의 정점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다만 세액공제가 끝나는 시점 이후에는 큰 폭의 수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는 2035년 내 내연기관 신차 판매 전면 중단이라는 탄소중립 로드맵이 공식화돼 있다. 이에 따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친환경차 보조금을 확대 실시하거나, 노후차 교체 인센티브를 상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모멘텀이 8월에도 유효하게 작용해, 유럽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8% 급증한 28만 3,453대를 기록했다.
세부 수치로 본 8월 실적
로우 모션이 집계한 2025년 8월 세계 BEV·PHEV 판매량은 총 170만 대였다. 이는 2024년 8월에 중국 보조금 특수가 집중되며 기록한 급증세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전월(7월) 성장률 21%와 비교해 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중국 110만 대, 유럽 28만 3,453대(48% 증가), 북미 20만 1,255대(13% 증가), 기타 지역 14만 4,280대(56% 증가) 순이었다.
용어 설명: BEV·PHEV란 무엇인가?
배터리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는 내연기관이 전혀 없는 100% 배터리 구동 차량이다. 이에 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는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모두 탑재해 외부 전원으로 충전 가능하며, 전기 모드 주행거리가 일정 수준을 넘긴 모델을 가리킨다. 일반 하이브리드(HEV)와 달리 가정용 충전기로 외부 전력을 직접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별점이다.
전망과 시사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정책·보조금 변화와 배터리 원자재 가격, 그리고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2025년 4분기에는 중국 보조금 재시행, 유럽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지침 확정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판매가 단기적으로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 성숙 단계로의 진입 또한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자 해설: 최근 성장률 둔화는 고점 논란을 촉발하지만, 절대 물량 자체는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즉, 전기차 대중화가 이미 궤도에 올랐다는 구조적 메시지는 변함이 없다. 다만 각국 정부 지원 정책의 출구전략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브랜드 간 점유율 및 가격 경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