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CEO, “숫자만 봐도 스피릿항공 파산 불가피”

롱비치(미국 캘리포니아주)—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 최고경영자(CEO) 스콧 커비가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릿항공(Spirit Airlines)의 사업 모델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며, “곧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2025년 9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커비 CEO는 이날 롱비치에서 열린 항공업계 콘퍼런스에서 진행된 패널 토론에 참석해 “나는 수학을 잘한다. 숫자를 보면 답이 보인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스피릿항공의 재무 구조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피릿항공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연방파산법 11조(Chapter 11) 보호를 신청했지만, 구조조정의 깊이가 충분하지 못했고 수요 회복도 지지부진해 2025년 8월 말 결국 다시 법원에 문을 두드렸다. 11조는 미국 기업이 파산을 선언하더라도 법원의 관리 아래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절차다미국 기업 파산 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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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이미 12개 노선을 중단했고, 그 공백을 노린 유나이티드·제트블루(JetBlue Airways)·프런티어(Frontier Airlines) 등이 공격적으로 대체 항공편을 투입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저가 운임+부가 요금” 모델에 대한 정면 비판

커비 CEO는

“고객이 싫어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고객을 곤경에 빠뜨려 수익을 올린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며, LCC가 전형적으로 채택해온 ‘초저가 기본 운임+추가 서비스별 요금’ 체계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뿐 아니라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또 다른 항공행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스피릿항공과 SNS 설전까지 벌였다. 스피릿항공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은 “스콧이 드디어 ‘고객 중심’의 중요성을 깨달은 모양”이라며 “저희 승객은 Spirit FirstPremium Economy 같은 새로운 좌석 옵션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사랑한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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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 변화와 전망

LCC는 2000년대 이후 비행기 회전율과 인건비 절감, 보유 기종 단순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왔으나, 에어버스·보잉의 기체 인도 지연, 고금리·고유가, 인건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통적인 ‘초저가’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고객의 서비스 기대치가 상향된 점도 구조적 변곡점이라고 설명한다.

뉴어크 공항을 이륙하는 스피릿항공 여객기 위로 유나이티드항공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Gary Hershorn | Getty Images

유나이티드항공은 팬데믹 후 고가 운임과 프리미엄 좌석 비중을 늘리며 실적 회복 속도를 높였고, 델타항공(Delta)과 함께 ‘빅 3’ 중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스피릿항공은 장기간 이어진 매출 대비 높은 비용 구조 때문에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커비 CEO는 “항공 수요 증가율 팬데믹 이전 대비 3~4% 수준 안에서 LCC가 과거처럼 기하급수적 성장을 재현하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항공산업 전반의 통합 가능성에도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제트블루의 스피릿 인수 무산 사례를 언급하며, “규모가 작은 항공사는 앞으로 더욱 합병·흡수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 해설

Chapter 11 : 미국 연방파산법 조항 가운데 하나로, 기업이 완전히 청산(liquidation)되는 것을 피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해 ‘회생(turnaround)’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유사하다.

초저가(Low-Cost Carrier) 모델 :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하물, 기내식, 좌석 선택 등 부가 서비스에 별도 요금을 부과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선택적 지불(pay as you go)’ 구조가 특징이다.


현재 업계의 관심사는 스피릿항공이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노선 권리·슬롯(slot)·항공기 리스 계약이 어떻게 재편될지다. 특히 뉴어크, 올랜도, 라스베이거스 등 주요 거점 공항에서의 슬롯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커비 CEO는 “LCC의 성장 공식이 무너지면, 전통 대형항공사가 다시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엄 서비스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스피릿항공은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 일정이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항공·금융업계는 내년 상반기 안에 추가 M&A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