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의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최고경영자 겸 회장이 또 한 번 미디어 제국 확장에 나섰다. 익명을 전제로 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엘리슨은 투자은행을 고용해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이하 WBD)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 제안서를 준비 중이다.
2025년 9월 1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WBD 측은 공식 제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날 오후 WBD 주가는 29.9% 급등하며 상장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 제안은 과중한 부채로 저평가된 WBD 자산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모펫네이션(MoffettNathanson)의 애널리스트 로버트 피시먼(Robert Fishman)은 평가했다.
파라마운트와 WBD 양사 대변인은 모두 “코멘트할 사항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할리우드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히는 두 기업의 결합은 자산·콘텐츠·스포츠 중계권 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1. IP(지적재산권) ‘산(山)’을 품은 파라마운트
파라마운트는 스타트렉(Star Trek), 트랜스포머(Transformers), 스폰지밥(SpongeBob SquarePants), 닌자거북이(Teenage Mutant Ninja Turtles), 퍼피구조대(Paw Patrol), 스크림(Scream),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등 굵직한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닉 더 헤지혹(Sonic the Hedgehog)으로 ‘게임 원작 영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실사 영화 제작권과 레전더리( Legendary )가 추진 중인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 극장판 배급권까지 확보했다.
2. WBD가 보유한 초대형 프랜차이즈
WBD는 DC 코믹스 슈퍼히어로,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해리 포터(Harry Potter)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흥행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있다. 또 스쿠비 두(Scooby-Doo), 루니툰(Looney Tunes), 톰과 제리(Tom and Jerry) 같은 레거시 애니메이션, 레전더리와 공동 제작한 듄(Dune), 고질라·킹콩 몬스터버스 등도 포함된다.
2024년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Comscore)에 따르면, WBD는 매출 기준 2위, 파라마운트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극장 외에도 WBD의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 가입자는 2분기 말 기준 1억 2,500만 명으로, 파라마운트+의 7,700만 명보다 월등히 많다.
3.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합병 직후 엘리슨은 TKO 그룹이 보유한 UFC(종합격투기) 중계권을 7년간 77억 달러에 단독 확보했다. 이에 따라 UFC는 기존 페이퍼뷰(Pay-per-view·경기마다 구입해 시청하는 방식)를 중단하고, 파라마운트+ 구독자에게 생중계된다. 일부 경기는 지상파 CBS에서도 방송될 예정이다.
반면 WBD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MLB(미국프로야구) 정규 시즌 및 포스트시즌, NCAA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농구 토너먼트, 프랑스오픈(테니스), 나스카(NASCAR) 등 스포츠 라인업이 탄탄하다. 만약 두 기업이 결합하면, Disney ESPN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종합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4. 용어 설명
IP(Intellectual Property)는 영화·드라마·게임 등 창작물의 지적재산권을 뜻한다. 인기 IP를 많이 보유할수록 리부트·스핀오프·머천다이징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쉽다.
Pay-per-view는 시청자가 경기마다 별도로 결제해야 하는 유료 방송 모델이다. 스트리밍 전용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점차 구독형 모델로 재편되는 추세다.
5. 향후 전망과 시장 평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대규모 콘텐츠·스포츠 패키지가 결합할 경우,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구독자 규모 확대·광고 단가 인상·글로벌 배급망 강화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WBD가 2026년까지 추진 중인 회사 분할 계획 및 기존 부채 구조가 변수로 남아 있다.
또한 애플의 포뮬러1(Formula 1) 중계권 선점, MLB 중계권 재편(2028년 만료 예정) 등 스포츠 중계권 시장 재편도 변수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금이 아니면 대형 스포츠 자산을 구입할 기회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엘리슨의 승부수가 시기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WBD 모두 공식 발표를 자제하고 있어, 실제 인수전이 성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WBD 주가 급등과 투자은행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하반기 헐리우드 M&A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