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공급 과잉 전망 상향에 국제유가 하락…WTI·휘발유 선물 동반 약세

국제 원유 가격이 11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전장 대비 -1.30달러(-2.04%) 떨어진 배럴당 62.37달러에, 10월물 RBOB 휘발유는 -0.0287달러(-1.43%)의 낙폭을 기록하며 각각 마감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 공급 전망치를 하루 333만 배럴로 상향 조정한 것이 투심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아울러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와 에너지 수요 감소 우려가 겹쳤다.

WTI 가격 추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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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의 수정 전망*은 전월 대비 36만 배럴 상향된 수치다. IEA는 “OPEC+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를 장기 공급 과잉 신호로 해석했고, 주요 헤지펀드와 시황 트레이더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RBOB 휘발유 추이 이미지

달러 약세와 S&P 500 상승은 낙폭을 다소 제한했다. 이날 달러 인덱스는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으며,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통상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의 상대 가격 부담이 완화된다.


알면 도움이 되는 핵심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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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대표 벤치마크다.

RBOB :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동부 해안 지역에 공급되는 환경 기준 강화 휘발유 선물을 말한다.

IEA :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로, 31개 회원국의 에너지 안보 및 통계를 담당한다.

OPEC+ :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결성한 협의체다.


지정학 리스크 변수도 여전히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폴란드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날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타격해 중동 분쟁 확대 우려가 커졌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긴장 고조는 잠재적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OPEC+는 10월부터 하루 13만 7,000배럴 수준의 증산을 결정했다. 이는 8~9월 증산폭(54만 7,000배럴)을 크게 축소한 것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166만 배럴의 유휴 생산력을 2026년까지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잇따르면서, 8월 러시아 원유 정제량은 일평균 509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일부 트레이더는 “IEA의 공급 과잉 전망이 더 큰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발 수요·공급 지표

EIA(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보다 -3.2%, 휘발유 재고는 -0.6%,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0.4% 각각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49만 5,000배럴로 역대 최고치(1,363만 1,000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 집계를 보면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굴착기(리그)는 9월 첫째 주 414기로, 8월 초 기록한 4년 만의 최저치(410기) 대비 소폭 늘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30% 이상 급감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가격 전략도 관심사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는 10월 아시아 수출 물량의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시장 컨센서스가 50센트 인하였음을 고려하면 수요 부진 신호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글로벌 해상 물동량 정보업체 보텍사(Vortexa)는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7,769만 배럴6.8% 주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적 지연 및 재고 누적을 의미하며, 단기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는 “공급 과잉 전망과 지정학 변수의 엇갈림이 단기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IEA 추정치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 하반기에는 재고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지만, 중동·유럽발 리스크가 상존하는 한 50달러 중후반대를 지지선으로 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 사우디 · 러시아 3대 생산국의 정책 방향이 서로 간섭하며, 헤지펀드의 포지셔닝 변화가 공방을 결정짓는 구도가 형성됐다. 달러 약세가 계속된다면 원유 가격의 급락 폭은 제한될 수 있으나, 미 소비·고용 지표의 둔화가 가시화되면 수요 측 충격이 더 크게 부각될 전망이다.

*IEA 월간 보고서(MOMR)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