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로부스타 커피 가격이 엇갈린 하루였다. 12월물 아라비카 커피(종목코드 KCZ25)는 전일 대비 -0.80센트(-0.21%) 하락한 수준에서 마감됐고, 11월물 로부스타 커피(RMX25)는 +44달러(+0.98%) 오른 1주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주요 커피 산지의 가뭄과 강우 예보가 가격 방향성을 가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꽃눈 분화(flowering)라는 결정적 생육 단계 직전에 내려질 비의 양과 시기를 주시하고 있다.
브라질 기상서비스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9월 6일로 끝난 주간 동안 최대 아라비카 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 주에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민간 기상사 클리마템포(Climatempo)는 ‘다음 주부터 미나스제라이스 지역 강수가 점차 강화될 것’이라고 예보해 아라비카 가격의 장중 상승분을 반납하게 만들었다.
환율·재고·수급 변수
커피 시장 참가자들은 브라질 헤알화의 강세에도 주목한다. 11일(현지 시각) 헤알화는 달러 대비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헤알화가 강하면 현지 생산자들의 달러 환산 수익이 줄어 수출 의지가 약화되므로, 이는 국제 커피 가격에 상승(불리시)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ICE 선물거래소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재고는 11일 기준 66만 9,991포대(60㎏ 기준)로 16개월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로부스타 재고도 6,563로트로 줄어 2주 만에 최저 수준이며, 8월 28일 기록한 7주 최저치(6,552로트)에 근접했다.
지난주 브라질 작황 예측 기관 코납(Conab)은 2025년산 아라비카 생산 전망을 -4.9% 하향한 3,520만 포대로 조정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총 커피(아라비카+로부스타) 생산 전망도 -0.9% 낮춘 5,520만 포대로 제시했다. 이러한 공급 축소 전망은 가격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7월 세계 커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한 1,160만 포대였으며, 10월~7월 누적 수출도 0.3% 줄었다.” — 국제커피기구(ICO)
ICO 통계는 수출 감소 → 공급 타이트 → 가격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은 브라질산 생두에 50% 관세를 부과한 이후 신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내부 공급난이 우려된다. 미국 생두 수입의 3분의 1가량이 브라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수확·물류 상황
한편 수확이 거의 끝난 브라질 현지에서는 수확 압력(harvest pressure)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최대 커피 생산·수출 협동조합인 코옥스페(Cooxupé)는 9월 5일 기준 조합원 수확률이 97%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시장 조사기관 사프라스앤메르카두(Safras & Mercado)가 8월 22일 제시한 전체 커피 수확률 99%(로부스타 100%, 아라비카 98%)와 일맥상통하는 수치다.
물류 측면에서는 8월 6일 브라질 무역부 발표에 따라 7월 브라질산 생두 수출이 전년 대비 -20.4% 감소한 16만 1,000톤으로 집계됐다. 수출업자협회 세카페(Cecafé)에 따르면 같은 달 그린빈(생두) 수출은 -28% 줄어 240만 포대에 그쳤고, 아라비카·로부스타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베트남·글로벌 전망
세계 2위 커피 생산국 베트남도 가뭄 여파로 2023/24년도 생산량이 -20% 감소해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은 2024년 수출량이 전년보다 -17.1% 준 135만 톤이라고 밝혔다. 생산자단체인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년도 생산 전망을 당초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USDA 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년도 세계 커피 생산이 1억 7,868만 포대(전년 대비 +2.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아라비카는 -1.7% 감소하고 로부스타가 +7.9% 증가해 품종별 편차가 뚜렷하다. 또 글로벌 재고는 2,281만 포대로 +4.9% 늘 것으로 봤다.
그러나 스위스계 트레이딩 하우스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 시장에 -850만 포대 부족이 발생해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5년 연속 공급 부족 추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용어 설명*
* 아라비카(Arabica):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풍부한 향과 산미가 특징인 프리미엄 품종.
로부스타(Robusta): 저지대·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재배되며 카페인이 많고 쓴맛이 강한 품종.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꽃눈 분화(flowering): 커피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한 생리적 준비 단계로, 이후 열매 형성과 수확량을 좌우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가자들은 “브라질 강우 패턴과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가격 결정의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헤알화가 추가 상승할 경우 수출 동기가 더 약해져 단기적으로는 가격 하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예보된 비가 예상보다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공급 리스크가 재부각돼 아라비카 프리미엄이 재확대될 수 있다.
이처럼 기상, 통화, 물류, 정책이 뒤엉킨 글로벌 커피 시장은 고질적 변동성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와 업계는 재고 흐름·수출 데이터·장기 기후 전망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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