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5일 플로리다 델레이비치의 한 식료품점에 진열된 채소.사진 | Getty Images
의류·자동차 부품·가전·식료품 등 일상 소비재 가격이 관세 여파로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점차 약화되는 국면에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관세에 민감한 품목 전반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가격은 전월 대비 0.5% 상승했고, 영상·음향 제품도 0.5% 올랐다. 자동차 부품은 0.6%, 신차는 0.3% 각각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0.7% 올랐고, 식료품 가격은 0.6% 뛰어 2022년 8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구·침구류는 0.3% 상승, 전년 동월 대비 4.7% 올랐으며, 공구·하드웨어는 0.8% 급등했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재화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빠른 연간 상승률이다. 특히 커피 가격은 전월 대비 3.6%, 전년 대비 20.9%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데이터에 관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응할 충분한 체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타격도 적지 않다. 틸리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관세 부담을 우려해 서비스 지출을 줄이지 않았다면, 수치상 물가 충격은 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헤드라인·근원 물가 모두 3% 안팎으로 연준 목표치(2%)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어, 소비 위축이 길어질 경우 성장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
네이비 연방 크레디트유니언의 헤더 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산층에 가해지는 관세 압박이 현실화됐다“며 “식료품·휘발유·의류·주거비 등 필수품 가격이 모두 뛰었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실제로 과거 관세는 일시적 물가 자극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가격 상승세가 길어지고 노동시장마저 식는다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둔화(영어: stagnation)+물가 상승(영어: inflation)의 합성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책 영향과 시장 전망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기준금리(현재 약 4.3%) 인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은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린 뒤,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ME FedWatch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026년까지 총 여섯 번(각각 0.25%p)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틸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발 물가 압력은 미미하지만 경기 둔화·고용 부진·소비 감소가 더 큰 변수“라며 “향후 몇 달 안에 연준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근거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 노동부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주(特히 텍사스)의 돌발적 증가와 노동절(9월 첫째 주 월요일) 효과가 반영된 결과지만, 최근 고용 데이터는 2025년 들어 신규 일자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움을 시사해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관세가 단기간 수입물가 인상을 초래하더라도 달러 강세나 공급망 조정 등 요인으로 일부 상쇄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속적 인상분이 자산 가격이나 임금 결정에 전이될 경우, 연준이 목표로 삼는 2% 물가 안정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특히 관세가 생활필수품 가격을 밀어 올리면 소비 여력 축소→수요 부진→기업 실적 악화라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다음 세 가지 포인트에 주목한다. 첫째, 추가 보복관세 여부와 범위 확대가 변수다. 둘째, 고용시장 반등 시기가 늦어질수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높아진다. 셋째, 연준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장 기대와 괴리를 보일 경우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요동칠 수 있다.
결국 관세가 물가를 자극하는 속도와 고용 둔화가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속도 중 어느 쪽이 더 빠르냐에 따라 정책·시장, 나아가 중산층 가계의 경로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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