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바이두, AI 훈련용 국산 칩 전환…엔비디아 의존도 단계적 축소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 그룹바이두가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 사용하던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부분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환은 서방 반도체 기술로부터 중국 AI 생태계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익명을 요구한 직접적인 사안 파악 인사 4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도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AI 학습·추론 작업을 거의 전적으로 엔비디아 칩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1가 2022년 이후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AI 칩의 연산 능력이 제한됐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국산 반도체 사용을 압박하며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

주목

알리바바는 2025년 초부터 ‘전우(Zhenwu) 프로세싱 유닛’으로 비교적 소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한편 바이두는 자사 대표 생성형 AI 모델 ‘어니(Ernie)’의 최신 버전을 테스트하기 위해 ‘쿤룬(Kunlun) P800’ 칩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양사는 가장 복잡하고 규모가 큰 모델을 학습할 때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더 강력하고 안정적인 GPU를 사용하고 있다. 즉, 자체 칩은 보완재로 기능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는 ‘완전 중단’이 아닌 ‘점진 축소’ 단계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핵심 포인트

“미·중 기술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국산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할 유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여기서 ‘AI 모델 학습(Training)’이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이 패턴과 규칙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엔비디아 GPU는 높은 병렬 연산 능력 덕분에 이 분야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나, 공급 제약·수출 규제·가격 상승이라는 세 가지 장벽이 중국 기업들을 자국 칩 개발로 내몰고 있다.

전우쿤룬 모두 ARM 기반 설계를 변형해 제작됐으며, AI 추론뿐 아니라 고성능 데이터 분석까지 겨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절대적인 연산 속도·전력 효율·개발 생태계 측면에서 여전히 엔비디아가 우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목

용어 설명

1미국 수출 통제: 2022년 10월부터 시행된 규정으로, 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 전략 기술의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한다.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모델인 A800·H800을 내놓았으나, 이마저도 2024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쿤룬 P800: 바이두가 중국 특허청에 등록한 14nm 공정 기반 AI 가속기. 초당 256테라플롭스(TFLOPS)의 정밀 연산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주장하지만, 국제 벤치마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우 프로세싱 유닛: 알리바바 다모아카데미가 설계한 클라우드 최적화 칩으로, 자사 AI·데이터센터용으로만 내부 공급 중이다. 대외 판매 계획은 미정이다.


필자의 시각

이번 사례는 중국 내 AI-반도체 수직통합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간에는 성능 격차가 남겠지만, 생태계·최적화·소프트웨어 스택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비용 효율성과 기술 주권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 이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경쟁 구도를 다극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국산 칩의 양산 안정성·생산 수율·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파트너십 구조가 불투명한 제조 파운드리EDA(전자설계자동화) 툴 접근성이 중국의 다음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