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티커: CLV25)은 11일(현지시간) 배럴당 1.10달러(-1.73%) 하락해 낙폭을 확대했다. 같은 달 RBOB 휘발유(티커: RBV25)도 0.0372달러(-1.85%) 내려 동반 약세를 보였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6년 글로벌 초과공급 전망을 상향한 것이 투자 심리를 꺾어 원유와 정제제품 가격을 끌어내렸다.
IEA는 2026년 세계 원유 초과공급 규모를 하루 333만 배럴(bpd)로 제시하면서, 이는 지난 8월 전망치보다 36만 bpd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IEA는 “OPEC+ 산유국들이 단계적으로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어서 공급 과잉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냉각 신호도 수요 전망에 부담을 줬다. 미 노동부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을 깨고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다만 달러화 약세와 S&P500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낙폭을 일부분 제한했다. 통상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춰 수요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공급 변수
“폴란드군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
유럽의 안보 긴장 고조가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의 하마스 고위층을 겨냥해 공습을 단행, 카타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편 OPEC+은 지난 일요일 회의에서 10월부터 일일 13만7000배럴 증산에 합의했다. 이는 8·9월 54만7000bpd 확대 결정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OPEC+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중단한 166만 bpd를 완전히 복귀시킬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공급도 불안하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이 8월 1~27일 평균 509만 bpd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EU 관리들에게 “EU가 동참한다면 중국·인도산 러시아 원유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러시아산 원유 제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됐다.
수급 지표·선박 재고·가격 정책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10월 아시아 고객 대상 공식판매가(OSP)를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0.5달러 인하보다 큰 폭으로, 아시아 수요 부진을 시사한다.
선박에 저장된 원유도 증가세다. 해운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6.8% 늘어난 7769만 배럴로 집계됐다.
OPEC은 2년간의 감산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bpd를 점진적으로 복귀시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OPEC의 8월 산유량은 400만 bpd 증가한 2855만 bpd로 2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에선 EIA(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에서 9월 5일 기준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3.2%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는 0.6% 부족, 중간유(디젤) 재고는 10.4% 부족해 정제제품 수급이 여전히 타이트함을 보여준다. 미국 일일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5% 증가한 1349만5천 bpd로,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bpd)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즈는 9월 5일로 끝난 주간 미국 원유 시추기 가동 수가 2기 증가한 414기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4년 만의 최저치였던 8월 1일 410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 627기 대비로는 크게 줄었다.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미국 원유 선물의 기준(벤치마크)으로 활용된다. RBOB는 정제 전 단계의 휘발유로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에너지 시장 분석과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파리 기반 국제기구다. OPEC+는 13개 OPEC 회원국과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협력해 만든 확장형 산유국 협의체다. 초과공급(서플러스)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를 의미해,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당사 관점에서 보면, IEA의 초과공급 전망 상향은 단기적으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한 급격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중동발 공급 차질, 미국 재고 부족 등은 하단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사우디 OSP 인하와 유조선 재고 증가는 수요 약화를 반영해 중기적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결과적으로 향후 유가는 70~85달러 박스권에서 ‘지정학적 프리미엄’과 ‘공급 복귀’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