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AI 수요 급증, NAND 핵심 종목 수혜 전망”

[워싱턴 D.C./서울] 인공지능(AI)이 촉발한 NAND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신 보고서에서 “AI 추론(inference) 워크로드가 2029년까지 약 29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총주소가능시장(TAM)을 창출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26년 하반기부터 NAND 업계 전반에 공급 부족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의 엔터프라이즈 SSD(eSSD) 주문이 급증하면서 시장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하이퍼스케일러 다수가 향후 수십 엑사바이트(Exabyte·1EB는 100만 테라바이트) 규모의 NAND eSSD를 사전 주문해 놓았다”며, 2025년 전 세계 eSSD 수요가 250~300EB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샌디스크(모회사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홀딩스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톱 픽’(Top Pick)으로 거론됐다.

주목

샌디스크(Western Digital)

모건스탠리는 샌디스크를 최우선 매수 의견으로 격상하고 목표주가를 96달러로 상향했다. 최근 eSSD 수요 호조에 힘입어 샌디스크는 채널·소비자용 NAND 플래시 가격을 약 10% 인상했으며, 이는 개선된 수급 상황을 방증한다. 회사는 아직 eSSD 시장 점유율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으나, 차세대 BiCS 8 공정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점유율 확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모회사인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매출 26억1,000만 달러를 기록,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발표 직후 미즈호, 로젠블랫 등 주요 증권사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했다.


키옥시아홀딩스(TYO:285A)

모건스탠리는 키옥시아에 대해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900엔에서 3,900엔으로 올렸다. 이는 2027회계연도(EPS 기준) 예상 실적에 7.2배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수치다.

키옥시아의 BiCS 8 기술은 평면 축소(planar shrink), 차세대 CBA(컴컴볼티드 바운더리 어키텍처), 멀티레벨셀(MLC) 공법을 결합해 고집적·저CAPEX를 동시에 달성한다. 또한 QLC(Quad-Level Cell) 기반 eSSD 라인업 강화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측은 2027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약 20%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모건스탠리가 꼽은 한국 기술주 최우선 추천주다. 2025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NAND 매출 점유율 33%로 1위를 유지하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높은 마진을 시현해 왔다.

다만 삼성의 eSSD 포트폴리오 내 QLC 비중이 다소 낮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 1.2배는 지난 사이클 고점(1.6배) 대비 저평가 구간으로 판단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대·서버 DRAM 수요 회복·NAND 원가 구조 개선이 동반될 경우 재평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는 고용량·고속 저장장치를 필요로 한다. NAND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는 2026년 이후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주요 플레이어들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할 것” — 모건스탠리 보고서 중


용어 설명 및 시장 배경

하이퍼스케일러는 아마존 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처럼 전 세계 수백만 대 서버를 운영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AI 모델 학습·추론을 위해 막대한 스토리지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eSSD(Enterprise Solid State Drive)는 기업용 고성능 저장장치로, 소비자용 SSD 대비 지속적 읽기·쓰기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최근 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eSSD를 대량 도입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QLC는 셀 한 개에 4비트를 저장하는 기술로, 단위 면적당 저장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신 속도·내구성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대용량 저장이 필요한 클라우드 워크로드에서는 QLC 채택이 확대되는 추세다.

BiCS 8은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이 공동 개발한 8세대 3차원(3D) NAND 공정이다. 셀 적층 수를 늘리는 대신 층간 간격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용량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 전망과 투자 시사점

모건스탠리는 AI 추론용 스토리지 수요가 ‘지속적·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이후 공급 부족 국면에 돌입하면 생산능력·원가경쟁력을 갖춘 상위 업체에 가격지배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특히 “과거 DRAM 사이클에서 나타난 어닝 서프라이즈 패턴이 NAND에도 재현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이익 레버리지 효과에 주목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Re-rating) 가능성 ▲키옥시아 IPO(예정)에 따른 동종업계 비교 가치 부각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와의 전략적 제휴·M&A 동향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업계는 기술 전환 비용,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경기 둔화에 따른 IT 투자 지연 등 복합적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공급 축소 기간·NAND 평균판매단가(ASP) 변동성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데이터 폭발’은 NAND 시장에 질적·양적 도약을 가져올 전망이다.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리더십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선두 기업이 가장 큰 과실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