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론자들 “조정 후 하락 재개 가능성 높아”

뉴욕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 달러화가 최근 몇 주간 숨 고르기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주요 통화 투자자들은 여전히 달러가 하락 추세에 갇혀 있다고 진단하고 추가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6월까지 6개월간 약 11% 급락하며 사상 유례없는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몇 주간 지수는 97선 안팎에서 안정됐으나, 여러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추세 전환’이 아닌 ‘일시적 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기적 순매도 규모 급감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기준 투기적 순숏 포지션57억 달러로 4월 중순 이후 최저치까지 축소됐다. 6월 말 210억 달러에 달했던 순매도 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이는 포지션 청산으로 단기 반등이 나타났음을 시사하지만, ‘방향성 변경’ 근거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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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여전히 하락 과정에 있다. 앞으로도 변동성이 크고 시끄러운 장세가 이어질 것” — 프란체스카 포르나사리(Insight Investment 통화 솔루션 책임자)

1. 달러 약세 요인: 복합적 구조

포르나사리는 달러 약세의 구조적 원인으로 ① 쌍둥이 적자(재정·무역) 우려, ②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성장 둔화 가능성, ③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에 대한 재평가를 꼽았다. 쌍둥이 적자정부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현상으로, 통화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아문디(Amundi) 고정수익·통화 전략 책임자 파레시 우파디야야는 “고용시장 둔화 가능성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이는 달러 금리 메리트를 사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부터 달러에 대해 베어(하락) 시각을 유지하며 순매도 포지션을 확대해 왔다.

2. 글로벌 자금의 ‘헤지 딜레마’

수년간 이어진 미국 자산 초과수익 덕분에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미 국채·미국 주식에 막대한 비중을 실었다. 하지만 4월 ‘관세 폭풍’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환헤지(FX Hedging)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해외 보유 미 자산 규모가 수조 달러에 달해, 비중 축소 시 달러 수급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환헤지는 선물·스왑을 통해 달러를 매도하는 구조이므로, 헤지 수요가 커질수록 추가 달러 공급이 시장에 쏟아진다. 특히 미국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낮아질 경우, 헤지 비용이 감소해 헤지 유인이 강화된다. 도이체방크 FX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 조지 사라벨로스는 “Fed가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달러 자산 헤지 인센티브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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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책·정치 변수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강달러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네버거버먼(Neuberger Berman)의 타노스 바르다스 공동대표는 “달러 인덱스가 110선에 머무르면 제조업 리쇼어링(본국 회귀)은 불가능하다”며, 95~100 범위를 예상했다. 스코샤은행의 숀 오스본은 1년 내 달러가 5~7%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4. 반등 시나리오와 위험 요인

일부에서는 예상보다 밝은 경제 지표가 달러 반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2분기 미국 경제는 상향 수정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인공지능 관련 지식재산권 투자 증가가 주효했다. 다만 여전히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회복세가 제약받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도 달러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 아문디의 우파디야야는 “현재가 겨우 중립 수준에 접근한 것일 뿐, 저평가 국면과는 거리가 멀다”며 “달러 약세 사이클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진단했다.

5. 용어·개념 해설

  • 달러 인덱스(DXY): 유로화·엔화·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것. 100을 기준으로 110이면 달러가 10% 강세를 의미한다.
  • 순숏 포지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도 계약이 매수 계약보다 많은 상태. 달러 순숏이 크면 달러 약세 베팅이 많다는 뜻이다.
  • 쌍둥이 적자: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 외국인 자본 유입이 줄어들면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시각과 투자 시사점

기자 해설: 최근 변동성 완화가 ‘달러 바닥론’을 이끌고 있으나, 실질 금리·헤지 수급·정책 방향 등 구조적 요인들을 감안하면 “추세적 반등” 근거는 아직 약하다. 특히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은 달러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다만, 미 경제의 AI·첨단 제조 투자가 성장률을 지탱할 경우 단기 반등이 나타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절대 금리 스프레드뿐 아니라 헤지 비용 변화정책 발언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