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링, 발렌티노 완전 인수 시점 2028년으로 연기…주가 2% 상승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링(Kering)의 주가가 2% 상승하며 금융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주가 상승은 카타르 국부펀드가 보유한 패션 하우스 발렌티노(Valentino)의 지분 인수 일정이 2028년 이후로 연기된다는 소식과 맞물려 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케링과 카타르 투자기업 마이훌라(Mayhoola)는 발렌티노 관련 주주 간 계약을 수정하며 1 (EPA:PRTP) 케링이 궁극적으로 발렌티노를 100% 인수할 수 있는 시점을 한 단계 뒤로 미뤘다. 이에 따라 양사의 이해관계는 물론, 글로벌 럭셔리 시장 지형에도 미묘한 변화가 예고된다.

수정된 계약의 핵심은 마이훌라가 보유한 발렌티노 지분 70%에 대한 풋옵션(매도청구권) 행사 기간을 기존 2026~2027년에서 2028~2029년으로 2년씩 후순위로 조정한 것이다. 동시에 케링이 해당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 행사 시점 역시 2028년에서 2029년으로 1년 늦춰졌다. 그 외 계약 조건은 변동 없이 유지된다.

주목

이번 일정 연기는 양사가 장기 성장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라고 케링 측은 설명했다. 투자은행가들은 이를 두고 “럭셔리 산업 내 인수·합병(M&A)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재무·재고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케링은 2023년 7월 첫 계약 당시 이미 발렌티노 지분 30%를 17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가량)에 인수하며 고급 패션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구찌(Gucci)·발렌시아가(Balenciaga)를 거느린 케링이 이탈리아 명품 아이콘 발렌티노까지 편입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 내 브랜드 파워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분 인수 시점이 늦어졌다고 해서 장기적인 시너지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케링이 발렌티노 지분 30%를 이미 확보한 만큼, 디자인·공급망·유통 채널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며 브랜드 DNA를 보존하는 동시에, 자사 럭셔리 하우스 간 크로스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CEO 선임, 조직 안정화 포석
이번 계약 수정은 발렌티노가 리카르도 벨리니(Riccardo Bellini)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며 맞이한 ‘뉴 챕터’와도 맞물려 있다. 벨리니 CEO는 과거 샬롯 올림피아·샤넬을 거쳐 샬롯 틸버리 뷰티 CEO를 역임한 인물로,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글로벌 시장 확장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풋옵션·콜옵션이란 무엇인가?

금융투자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간단히 정리한다. 풋옵션은 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며, 옵션 보유자가 가격 하락 리스크를 회피할 때 활용한다. 반면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로, 장래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다. 이번 사례에서 마이훌라는 풋옵션을, 케링은 콜옵션을 보유해 각자의 이해를 지키고 있다.

주목

시장 반응과 전망
케링 주가는 계약 수정 소식 직후 파리증권거래소(Euronext Paris)에서 장중 2%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반영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불 시점이 뒤로 밀린 덕분에 케링의 단기 현금흐름 압박이 완화된다”며 재무적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르메스(Hermès) 등 경쟁 그룹들도 대형 하우스 편입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정 조정은 글로벌 명품업계의 M&A 타임라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잠재 변수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시각·기자 의견

필자는 이번 연기가 단순한 시간표 조정이 아닌, 케링의 ‘절제된 공격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평가한다. 케링은 구찌의 성장세 둔화와 중국 시장 불확실성 등 실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현 시점에서 추가 자금 집행을 늦추는 전략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발렌티노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는 현실적 선택이다. 동시에 2029년 콜옵션 행사 전까지 브랜드 통합 효과를 면밀히 검증할 시간을 벌게 됐다.

마이훌라 입장에서도 럭셔리 시장의 프리미엄 가치가 유지되는지를 좀 더 지켜본 뒤, 더 높은 평가액을 기대하며 지분 매각 여부를 타진할 수 있다. 이는 ‘윈-윈’ 구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결국 이번 계약 수정은 케링·마이훌라·발렌티노가 각각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중장기 파트너십을 최적화하려는 전략적 합의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속도 조절’은 향후 명품업계 M&A 전략에 하나의 벤치마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