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Buzzi) 주가가 장중 7% 이상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가 종목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하고, 유럽 시멘트 업황에 대한 전망을 “완만하지만 확실한 회복 국면”으로 제시한 데 따른 반응이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부치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Neutral)’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격상했고,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했다. 이 같은 호재성 소식이 전해지자 개장 직후 부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가량 뛰어올랐다.
투자은행은 두 가지 핵심 요인을 들었다. 첫째, 유럽 주요 국가의 인프라·주택 건설 프로젝트 재개가 시멘트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제조 원가 부담이 완화돼 마진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JP모건은 “시멘트 가격 인상분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부치가 FY2026까지 연평균 EBITDA 성장률 8%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그레이드(upgrade)’란 무엇인가? 금융시장에서 ‘업그레이드’는 증권사가 특정 종목의 투자의견을 한 단계 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예컨대 ‘매도 → 중립’ 또는 ‘중립 → 매수’처럼 바뀔 경우,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과 주가 상승 잠재력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조정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는 수급 유입, 중·장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 시멘트 시장은 긴 조정기를 지나 점진적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 JP모건 유럽 건자재 담당 애널리스트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전역의 시멘트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으나, 하반기부터는 주요 정부의 재정 확대·친환경 리모델링 보조금 확대 정책이 본격화해 ‘플러스 전환’이 예상된다. 부치는 이탈리아·독일·폴란드 등지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어 지역별 수요 회복의 수혜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역내 시멘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변수다.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서 수입되는 시멘트에 추가 관세가 부과돼, 현지 생산업체의 상대적 우위가 높아진다.
다만, 건설 경기 사이클 변동성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고점 논란이 길어질 경우, 민간 부문의 신규 주택 착공이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치는 어떤 기업인가? 부치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주요 시멘트 제조사로, 전 세계 14개국에 생산·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1907년 설립된 이후 포틀랜드 시멘트, 레디믹스 콘크리트, 클링커 등 건축용 자재 전반을 취급하며 지속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 왔다. 특히 최근 10년간 친환경 시멘트(저탄소 버전) 라인업을 확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 시각
국내 자문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건자재 시황이 바닥을 통과하는 시점에 JP모건이 선제적으로 의견을 올렸다는 점이 의미 심장하다”며 “유럽 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아시아와 북미 시멘트 업체 주가에도 투자 심리 개선 효과가 파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업황 개선이 확인되려면 최소 2~3개 분기의 실적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실적 확인 전 과도한 추격 매수는 자제할 것을 조언했다.
결국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건설 발주량 증가와 원가 구조 안정성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인프라 투자 트렌드와 친환경 규제가 어떻게 실적에 녹아드는지 냉정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 시사점
① 유럽 시멘트 업황과 연동되는 소재·인프라 관련 ETF 흐름에 주목할 것.
② 에너지 가격 안정과 환율 변동성은 향후 원가 관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
③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속도에 따라 현지 업체와 수입업체 간 ‘가격 차별화’가 심화될 수 있어, 기업별 대응 전략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번 JP모건의 업그레이드를 계기로, 부치를 포함한 유럽 건자재 업종 전반이 리레이팅(재평가) 사이클에 진입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