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선물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상승세를 보였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가늠할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며, 장 마감 후에는 어도비(Adobe Inc., NASDAQ: ADBE)가 실적을 공개한다.
한국 시간 11일 오후 4시 10분(미 동부 기준 03:10) 현재 다우존스 지수 선물은 35포인트(0.1%) 올랐고, S&P500 선물은 8포인트(0.1%), 나스닥100 선물은 39포인트(0.2%) 상승했다. 전 거래일 뉴욕 증시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Oracle)의 ‘깜짝 실적’과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예상 밖 하락에 힘입어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 가운데 S&P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오라클 주가는 1992년 이후 최대폭인 36%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블루칩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48% 하락했다.
1) 8월 CPI 발표 임박
미 노동부 산하 Bureau of Labor Statistics(BLS)가 발표할 8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7월 기록한 2.7%보다 다소 빠른 속도다.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인 만큼, 물가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노동 시장이 냉각될 위험이 제기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단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 높은 실업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 경제는 고용 둔화 조짐과 꺾이지 않는 물가가 병존해 연준이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국면에 직면했다.
다만 전일 발표된 8월 PPI는 예상과 달리 하락하며 ‘생산단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관세 영향이 큰 항목에서 가격 상승 모멘텀이 약화된 점이 주목된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노동시장 둔화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다. 금리를 내리면 기업 차입비용이 낮아져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수 있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2) ECB 통화정책회의
연준이 9월 16~17일 회의를 앞둔 가운데, ECB는 11일(현지 시간) 먼저 금리 결정을 내놓는다. ING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정책 금리 동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지만, 이사회 내부에서 ‘동결파’와 ‘인하파’ 간 논쟁이 예상보다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7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시장 기대를 누그러뜨렸고, 이후 발표된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이 모두 예상보다 강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예금금리를 2%로 두 차례 연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유로존 경제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중동·러시아의 지정학적 변수에 노출돼 있어 향후 가이던스가 불투명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3) 어도비 실적 발표
11일 장 마감 후 발표될 어도비의 3분기(회계연도 기준) 실적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주당순이익(EPS)은 5.18달러, 매출은 59억1천만 달러가 예상된다. Vital Knowledge는 보고서에서 “어도비가 주기적·구조적 역풍에 직면했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미 6월 회사는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지만, 인공지능(AI) 기능을 적극 도입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매출 확대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아크로뱃 등 대표 제품군의 구독 성장률 둔화와 경쟁 심화가 부담으로 지적된다.
4) 국제 유가·금 가격 동향
국제 유가는 이번 주 초 러시아·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급등했으나, 11일 오전(03:36 ET)에는 미국 내 수요 둔화 조짐에 소폭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67.40달러(-0.1%),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3.56달러(-0.2%)를 기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월 5일 주간 원유 재고는 390만 배럴 증가해 시장이 기대한 100만 배럴 감소 전망과 크게 엇갈렸다. 휘발유 재고도 150만 배럴 늘어났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수요 전망을 짙게 만들고 있다.
같은 시각 금 가격은 CPI 발표를 앞두고 소폭 하락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견조해 사상 최고가 부근을 유지했다. 금은 이자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 자산이므로 금리가 낮아질수록 상대적으로 매력이 높아지는 특성을 갖는다.
5) 용어 설명 및 전문가 시각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실제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대표적 물가 지표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가 받는 공장출하 단계 가격을 나타내며, CPI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 인플레이션 전망에 활용된다.
선물(Futures)은 특정 자산을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사고파는 파생상품이다. 투자자들은 선물을 통해 지수를 추종하거나 헤지(위험회피) 전략을 구사한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물가보다 고용을 우선시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CPI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9월 회의에서의 ‘비둘기파(완화 선호)적 톤’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ECB 역시 유로존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 부담에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거시경제 이벤트가 몰려 있는 이번 주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