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트럼프 ‘디 미니미스’ 면세 폐지 여파로 UPS·페덱스 목표주가 하향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 물류 대장주 유나이티드파셀서비스(UPS)페덱스(FedEx)에 대한 투자의견을 잇달아 낮추며 시장에 경고음을 울렸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제도 전면 폐지에 따른 추가 비용 및 물동량 감소 가능성을 반영한 조치다.

2025년 9월 1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BoA의 대표 운송·물류 담당 애널리스트 켄 획스터(Ken Hoexter)는 UPS의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으로, 페덱스는 ‘매수(buy)’에서 ‘중립’으로 각각 한 계단씩 하향 조정했다. 그는 UPS 목표주가를 8달러 낮춘 83달러로, 페덱스 목표주가는 5달러 내린 24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UPS 주가에 약 1% 하락 여지를, 페덱스에는 6.3% 상승 여지를 시사한다.

획스터 애널리스트는 고객 메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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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미니미스 면세 폐지로 항공화물(airfreight) 업계 전반에 물량 감소 및 비용 증가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올해 발효된 새 관세 규정은 800달러 이하 물품이라 해도 국제 우편·특송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면 의무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디 미니미스란 무엇인가?

통상 ‘디 미니미스’는 라틴어로 “하찮은 것”을 뜻한다. 무역 분야에서는 소액·소형 화물에 대한 관세·통관 면제 제도를 일컫는다. 미국은 2016년부터 8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해 이 제도를 적용해 왔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2025년 5월 이를 폐지했다. 그 결과, 기존에 무관세 상태였던 해외직구·중국발 전자상거래 화물이 모두 관세 대상에 편입됐다.

BoA 자료에 따르면 기존 디 미니미스 면세 화물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체 물류의 92%에 해당하며, 하루 약 400만 개에 이른다. UPS와 페덱스는 이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 국제 특급(International Priority & Economy) 화물이 페덱스 매출의 17%, UPS 매출의 16%를 각각 구성한다. 획스터 애널리스트는 “페덱스는 하루 평균 1,700만 개 중 약 110만 개, UPS는 하루 2,000만 개 중 약 170만 개가 국제 특송 물량”이라며 “합산 280만 개가 모두 디 미니미스 화물은 아니지만, 400만 개 면세 물량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실적·주가에 드리운 먹구름

이미 UPS는 7월 29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디 미니미스’ 폐지 직격탄을 맞았다. 회사는 중국·홍콩발 노선에서 5월·6월 평균 일일 물동량이 전년 대비 34.8%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분기 당기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올해 들어 UPS 주가는 33.5% 하락했고, 페덱스도 19.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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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스터는 또한 “2025년 항공 화물 성수기가 평년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3~2024년 탄탄했던 피크 시즌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디 미니미스 허점을 적극 이용한 덕분이었지만, 2025년엔 같은 수요 모멘텀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변수

시장에서는 BoA의 보수적 전망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일부 기관은 관세 부과 초기 혼란이 지나면 국내 소비자 주문량이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본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멕시코·캐나다 등 우회 경로를 모색하고 있어, 미국 내 특송사 물량이 구조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해외직구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 온라인 셀러는 물류비와 관세 부담이 늘어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UPS·페덱스가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할지, 혹은 마진 축소를 감수할지가 향후 실적 변동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BoA 외에도 모건스탠리·골드먼삭스 등 주요 IB가 운송·특송 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중 통상 환경 악화, 인플레이션, 고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효율성을 시험대에 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자 유의사항

애널리스트들은 디 미니미스 폐지와 관련된 규제·통관 프로세스를 면밀히 주시할 것을 권고한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분이 운임에 반영되는지 여부가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특송사 물량 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언더퍼폼’은 시장수익률 하회, ‘중립’은 시장수익률 부합, ‘매수’는 시장수익률 초과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