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0% 쿠폰 전환사채로 32억 달러 조달…클라우드 성장 가속화

[베이징] 중국 전자상거래·클라우드 컴퓨팅 선두 기업 알리바바 그룹 홀딩(Alibaba Group Holding Ltd.)이 무이자(Zero-Coupon) 전환사채를 발행해 32억 달러(약 4조 2,600억 원)를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자금은 주로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과 전자상거래 사업 효율성 제고에 사용될 예정이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발행하는 이번 채권은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환사채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Dealogic) 자료에 따르면, 이는 5월 미국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가 발행한 27억 5,000만 달러어치 전환사채를 넘어서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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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조건 및 사용처

이번 채권은 쿠폰 금리 0%, 만기일 2032년 9월 15일로 설정됐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알리바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가 프리미엄은 발행 시점 주가 대비 27.5%에서 32.5% 사이로 제시됐다. 회사 측은 조달 자금의 약 80%를 전 세계 데이터센터 확충, AI 칩·서버 업그레이드 등 클라우드 인프라 고도화에 투입하고, 나머지 20%는 신규 시장 진입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효율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 홍콩 상장 주가는 이날 2.6%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채권 발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2.3% 상승146.1홍콩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뉴욕 상장 주가는 전날 2.2% 하락 마감했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홍콩 71.6%, 뉴욕 71.1%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AI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클라우드 매출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 에디 우(Eddie Wu) 알리바바 최고경영자


AI·클라우드에 대한 공격적 투자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3,800억 위안(약 533억 달러)을 AI 및 클라우드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공표한 바 있다. 지난 분기 실적 발표 당시에도 “AI가 클라우드 매출 확대의 핵심 동력”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회사는 올해 7월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로 15억 달러, 2024년 5월 전환사채로 50억 달러를 각각 조달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AI와 클라우드 사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이 필수”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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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Convertible Bond)란 무엇인가?

전환사채(CB)는 일정 기간 이후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채권이다. 무이자(0% 쿠폰) 조건일 경우 투자자는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주가 상승 시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이 상환되므로 채권과 주식의 특성을 모두 지닌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분류된다. 최근 긴축적 금리 환경에서도 CB 발행이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방어적 성격과 잠재적 수익성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CB 발행 급증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CB 발행 규모27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287억 달러에 근접하며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활발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홍콩 증시에서는 쿠폰이 없거나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CB가 인기인데, 이는 투자자가 주가 상승 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같은 날 중국태평양보험(China Pacific Insurance)무이자 CB를 통해 155억 5,000만 홍콩달러(약 2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홍콩 자본시장이 대규모 기업 자금조달 허브로 자리매김했음을 시사한다.


시장 전망 및 전문적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알리바바의 이번 자금 조달을 적시에 이뤄진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한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규모 클라우드·AI 투자 없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0% 쿠폰 구조는 현금흐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투자자의 전환 권리를 보장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형태다.

다만, 주당 전환가격이 현 주가 대비 최대 32.5% 높게 책정된 만큼, 향후 알리바바의 매출 성장률, AI 솔루션 상용화 속도, 규제 리스크 등이 실적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가 과거 중국 플랫폼 규제 과정에서 겪었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데다, AI 산업 육성은 중국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라며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결국,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알리바바가 클라우드·AI라는 고부가 산업에서 우위를 강화할 수 있는 자금력 확보 수단인 동시에, 투자자에게는 기술 성장 스토리에 동참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윈-윈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기준: 1달러 = 7.7904홍콩달러, 1달러 = 7.1207중국 위안(로이터 고시 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