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국가 부채 급증, 채권시장 변동성의 중심에 서다

[로이터 원문 번역]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일부가 막대한 국가 부채 문제로 채권시장 한가운데에 섰다. 투자자들은 각국 정부가 늘어나는 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한다. 스위스 취리히보험그룹의 수석 시장전략가 가이 밀러는 “정부 부채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이 당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기정사실은 아니지만, 경고음은 이미 울리기 시작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주요 국가 리스트에는 프랑스·영국·미국·일본·독일이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재정 적자,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장기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30년물 국채금리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영국 30년물 금리 역시 1998년 수준까지 치솟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된다.

채권시장 변동성과 ‘채권시장 폭동(bond market riot)’은 과도한 국채 발행에 대한 투자자의 반발을 일컫는 용어다. 국채가격이 급락(수익률 급등)하면서 정부가 재정지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 사용된다. 1994년 미 국채 급락 사태, 2022년 영국 미니예산 사태 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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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프랑스는 최근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야당은 재정 긴축안을 추진해온 중도우파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를 불신임하며 실각시켰다. 정치적 공백 속에서 GDP 대비 100% 이상인 국가 부채EU 허용치의 두 배 수준(3%→약 6%)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프랑스 회계감사원(Cour des Comptes)은 성장률이 둔화되거나 재정 긴축이 느슨해질 경우 2029년까지 연간 국채이자 비용이 1,000억 유로(약 117조 원)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 CBA(호주연방은행) 캐럴 콩 외환전략가는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채권시장 폭동 같은 극단적 사태가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 30년물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치, 스페인보다 높고 이탈리아와 맞먹는 수준까지 뛰었다. 신용등급 강등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2) 영국

영국은 차기 예산안 발표(11월 예정)과 노동당 정부의 참모진 개편으로 재정 건전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달 들어 30년물 국채금리는 1998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고, 파운드화는 약세를 보였다.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는 약 200억 파운드(약 27조 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성장 부진, 고금리, 지출 감축 정책 번복 등으로 예산 공백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르디아은행 얀 폰 게리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이나 프랑스보다는 덜 우려되며, 영국은 정치적 의지를 발휘해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3) 미국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약 37조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감세·확장 재정 법안은 향후 10년간 부채를 추가로 3.3조 달러 늘릴 것으로 미 의회예산국(CBO)은 추정한다. 미국 국채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해 완충 역할을 하지만, 부채 부담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며 금리가 상승한다. 최근 미국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나타난 점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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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본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 덕분에 큰 충격을 피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돌아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은행(BOJ)은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장기물 금리가 상승세다. 최근 입찰에서도 수요가 부진해 30년물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사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향후 차기 정부가 추가 재정지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키운다.

5) 독일

독일은 G7 최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 재정위기 가능성은 낮다. 다만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30년물 수익률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정부는 2025년 예산에서 인프라 및 국방 분야 대규모 지출을 결정했다. 예산 총규모는 5910억 유로이며, 이 가운데 1000억 유로는 특별 국방기금으로 편성됐다. 라보은행 린 그레이엄-테일러 수석 금리전략가는 “

공급(국채 발행) 증가 요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시장은 이를 ‘합리적인 상승’으로 받아들인다

”고 분석했다.


용어·배경 설명

G7(주요 7개국)은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로 구성된 선진 경제 협의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들 국가의 정책 변화는 글로벌 자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채수익률(yield)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시장이 요구하는 보상을 의미한다.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하락한다는 뜻으로, 정부의 차입 비용이 늘어난다.

듀레이션(duration)은 채권 가격이 금리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장기물일수록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상승 시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채권시장 폭동(bond market riot)은 투자자가 급격히 채권을 팔아 정부를 압박하는 현상으로, 재정정책 변경을 촉발할 수도 있다.


전문가 관점 및 전망

현재 채권시장은 각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 회복 의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처럼 정치적 변수가 겹친 국가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금리 상승 압력이 더 거세다. 미국은 기축통화국 지위 덕분에 일정 부분 충격을 흡수하지만,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약화되는 경매 수요는 분명한 위험 신호다. 일본과 독일은 각각 부채 규모·발행 확대라는 ‘양적’ 부담이, 독일은 인프라·국방 지출이라는 ‘질적’ 부담이 부각된다.

결국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연성을 약화시켜 중·장기 금리 상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가별 재정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크레딧 스프레드(국가별 금리차) 확대를 활용한 전략이 요구된다. 더불어 대체투자나 물가연동채·변동금리 채권 등 인플레이션 및 금리 리스크에 방어적인 자산배분이 점차 중요해질 전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① 각국 2025년 예산안 통과 과정, ② 중앙은행의 장기물 매입 축소 속도, ③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조정이다. 세 가지 요인 모두 채권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거나 진정시킬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