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Key Points)
• 미국 연방 법원의 반독점 판결이 알파벳(Alphabet)에 유리하게 마무리됐다.
• 구글 검색·광고 생태계의 지배력은 당분간 공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 클라우드·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신규 성장축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알파벳(NASDAQ: GOOG, GOOGL)의 주가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어서는 초대형 기업의 주가가 단일 거래일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배경에는 연방 판사 아밋 메타(Amit Mehta)가 내린 반독점 최종 판결이 있다.
앞서 법원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monopoly) 유지 여부’를 두고 알파벳을 심판대에 올렸다. 규제 당국은 세계 1위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 분할 명령을 통해 독점 구조를 해체하려 했다. 크롬은 구글 검색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어, 광고 타깃팅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핵심 통로다. 만약 브라우저 사업을 분리했다면, 알파벳의 최대 수익원인 광고 부문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크롬 강제 매각은 필요 없다”
는 메타 판사의 결정으로 알파벳은 ‘해체’ 위기를 모면했다. 대신 회사는 애플 ‘사파리(Safari)’ 같은 제3자 플랫폼에 자사를 단독 기본 검색엔진으로 지정하도록 요구하는 ‘배타적 배포 계약(exclusive distribution agreements)’을 더 이상 체결할 수 없게 됐다. 판결은 구글 검색뿐 아니라 브라우저, AI 모델 ‘제미니(Gemini)’ 등 알파벳 전 제품·서비스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독점·AI 리스크 동시 해소, 검색 지배력 유지
시장 참여자들이 우려하던 두 가지 리스크—① 크롬 강제 매각, ② 챗GPT 등 생성형 AI의 ‘검색 파괴’—가 모두 완화됐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알파벳은 검색 결과 상단에 AI 오버뷰(Overview)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고, 2억 명이 넘는 월간 활성 이용자를 확보했다. 회사 측은 “AI 오버뷰 도입 이후 해당 쿼리의 검색량이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챗GPT가 ‘구글 킬러’가 되리라던 비관론은 힘을 잃었다. 알파벳은 2025년 2분기 광고 매출 713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를 기록했다. YouTube 역시 광고 성장세를 견인했다.
클라우드·AI, 이익 다변화 엔진
더 주목받는 영역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같은 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13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1.7% 급증했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은 자체 AI 칩 ‘TPU’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AI 기반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2분기 기준 2억 5,000만 달러 이상의 AI 계약 건수가 두 배로 늘었고, 10억 달러 이상 초대형 계약도 전년보다 많았다.
스트리밍·자동차 자율주행 등 신규 벤처도 잠재력이 크다. 알파벳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유튜브 프리미엄·TV’를 바탕으로, 디즈니·넷플릭스와 다른 방식의 광고·구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 ‘웨이모(Waymo)’는 미국 서부·남부 도시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 중이며, 업계 1위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이처럼 알파벳은 광고 의존도를 낮추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기술·인재·데이터 3대 무형자산을 보유한 빅테크답게, 여러 산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며 장기 성장을 도모한다.
시장 가치·전망
시가총액 2조 달러 돌파에도 전문가들은 “알파벳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전통 광고 사업의 안정성, 클라우드·AI의 고성장, 웨이모 등 옵션 가치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가수익비율(PER) 25배 안팎은 경쟁사 대비 합리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법원 결정으로 ‘배타적 배포 계약’이 금지된 만큼, 애플 등 파트너사가 경쟁 검색엔진을 도입할 경우 일부 트래픽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은 중·장기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알파벳은 “검색 품질·AI 혁신으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크롬·구글을 사용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용어 풀이
• 독점(Monopoly): 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해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미국에서는 1890년 제정된 셔먼법(Sherman Act)을 통해 규제한다.
•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배타적 배포 계약’: 특정 앱·브라우저에 자사 서비스를 기본값으로 탑재하도록 강제하는 계약. 경쟁사 진입을 차단해 독점 논란을 불러온다.
• 클라우드 컴퓨팅: 인터넷을 통해 서버·스토리지·AI 연산 자원을 빌려 쓰는 서비스 모델.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고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 IT 인프라의 대세가 됐다.
• 시가총액(Market Cap):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값으로,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지표.
전망 및 기자 견해
이번 판결은 빅테크 규제 여론이 거세지는 시점에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롬을 지켜낸 알파벳은 검색-광고-데이터 모수라는 연결 고리를 유지하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2차 성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기자는 “알파벳이 앞으로 10년간도 디지털 생태계의 허브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다만 플랫폼 독점에 대한 규제는 향후에도 반복될 것이므로, 알파벳이 투명한 데이터 활용 정책과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