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가 정리한 미국 연방대법원(이하 대법원)의 주요 판결·심리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재취임한 이후 발동한 행정명령과 이에 따른 정부 조치 전반을 포괄한다. 사안은 글로벌 관세부터 출생시 시민권 제한·이민정책·트랜스젠더 복무 금지·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교육부 해체·교사훈련 및 의학연구 보조금 삭감·대외원조 집행 등까지 총망라돼 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정 권한 한계를 가늠할 고비마다 개입하며 헌법적·정치경제적 파급력이 큰 분쟁에 연달아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번 팩트박스(Factbox) 형식 기사에서는 주요 사건 18건(2025년 2월~9월)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사건의 법적 쟁점·배경·대법원 결정을 간략히 요약하고, 한국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TPS(임시보호신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등 용어도 설명한다.
1. 글로벌 관세(Trump Tariffs)
● 9월 9일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전 세계적 관세의 합법성 심리를 받아들였다.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긴급 상황이 아님에도 IEEPA를 남용했다”고 판단했지만, 수조 달러 규모 관세를 좌우할 최종 판결은 11월 첫 주 변론 이후 내려질 전망이다.
IEEPA는 본래 국익에 중대한 위협이 존재할 때 대통령이 경제 제재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관세 부과에 직접적 근거로 활용된 사례는 드물어, 이번 사건은 행정·입법 권한 분립을 둘러싼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2. 이민 단속·추방 정책
① 9월 8일 대법원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언어·인종을 기준으로 한 단속을 일시 허용,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노선을 뒷받침했다.
② 6월 23일 ‘제3국 추방’ 정책 재개 허용으로, 망명 희망자가 고문 위험을 주장할 실질적 기회를 제한할 수 있게 됐다.
③ 7월 3일 남수단 송환제한 해제, 8명 보호 조치를 무력화했다.
④ 5월 30일 베네수엘라·쿠바·아이티·니카라과 출신 53만 2,000명의 이민 ‘패롤’(parole) 지위 박탈 가능성이 열렸고, ⑤ 5월 19일에는 TPS(Temporary Protected Status) 종료 결정이 유지돼 수십만 베네수엘라인의 체류가 불안정해졌다.
※ TPS란? 전쟁·재난 등으로 자국 귀환이 어려운 외국인에게 한시적 체류·노동허가를 부여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TPS 인구를 ‘범죄화’하며 정책 폐지를 추진했으나, 하급심은 “근거 없는 인종 편견”이라 지적했다.
⑥ 5월 16·4월 7일 대법원은 1798년 Alien Enemies Act를 통한 베네수엘라인 추방에 제동을 걸며 ‘충분한 적법절차(due process)’를 강조했다.
3. 시민권·군 복무·노동 분야
● 6월 27일 출생시 시민권(retroactive birthright) 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은 하급심 전국 단위 가처분을 좁히라 판시, 정책 자체 합헌성은 미결로 남겼다.
● 5월 6일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시행을 허용하며 “평등보호 위반”을 인정한 하급심 판단을 유보했다.
● 7월 8일 연방정부 대량 구조조정(RIF)을 허가, 농무부·상무부 등 20여 개 기관 노동자 수천 명이 일자리 상실 위기에 놓였다.
● 잠정해고·해임 사례로는 ① 연방거래위원회(FTC) 민주당계 위원 레베카 슬로터 해임, ②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위원 3명 해임, ③ 노동 관련 두 독립기관 임원 해임, ④ 수천 명 수습공무원 복직 명령 중단 등이 있다.
4. 교육·보건·연구·예산
● 7월 14일 연방 교육부 해체가 진행될 길이 열렸다. 이는 1979년 제정된 교육부 설치법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로, 주(州) 교육 자율권 vs. 연방역할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 8월 21일 국립보건원(NIH) 연구비 삭감, 4월 4일 교사훈련 보조금 6억 달러 삭감이 각각 허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의제’가 분열적
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5. 외교·정보·감시 예산
● 9월 9일 의회가 승인한 해외 원조 40억 달러 집행을 보류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은 집행정지를 허용, 9월 30일 시한 내 예산 미집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 3월 5일 정부가 이미 완료된 외교·인도주의 사업 대가 지급을 유예하려 했으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유지해 기성(旣成) 사업대금 지급을 명령했다.
● 6월 6일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사회보장정보 접근 허용 및 정보공개법(FOIA) 적용 면제 논쟁도 대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DOGE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주도했으나 현재는 행정부 직속 자문기구라는 게 정부 주장이다.
6. 잘못 추방된 살바도르인 귀환 사건
● 4월 10일 대법원은 실수 추방된 킬마르 아브레고의 재입국을 명령한 하급심 결정을 유지했다. 이후 6월 6일 아브레고는 미국으로 송환됐으나, 불법 이민자 수송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주장 중이다.
[전문가 해설] 한국에 주는 시사점
① 미국 대법원은 행정입법체계 체크 앤 밸런스의 최종 보루로서, 대통령 권한이 경제·안보·복지 전 영역에 걸쳐 확장되는 현상을 제어하고 있다.
②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연방 축소·국민 우선주의’ 기조는 관세·교육·DEI 의제 등에서 직접적 예산 삭감으로 이어져, 한국 기업·연구기관·교육계에도 자금 흐름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③ 이민·TPS 판례는 국내 고숙련 인력 확보 전략, 주재원 비자 정책에 간접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제3국 추방’과 ‘시민권 제한’ 이슈는 한국계 이민자 커뮤니티에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국내 기업·기관은 대법원 일정(11월 관세 심리 등)을 주시하며 관세 리스크 헤지와 연구비·인재 확보 전략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