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다시 IPO(기업공개)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분주한 상장 주간을 맞이할 전망이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솔로몬(David Solomon)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우리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IPO를 실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 기반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Buy Now, Pay Later·BNPL)’ 핀테크 업체 클라르나(Klarna)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직후 해당 발언을 내놓았다.
클라르나의 상장은 올해 하반기 뉴욕 시장에서 기다려온 핀테크 업계 대어의 데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기점으로 성장 기대가 높은 테크·핀테크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IPO 회복세, 고성장 테크주 ‘따상’이 견인
최근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신규 상장주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 주가는 첫 거래일 종가 기준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또한 우주 기술 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는 공모가 대비 약 56% 급등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속칭 ‘따상(따블+상한가)’에 가까운 화려한 신고가는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해 IPO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4월 미·중 무역 관세 갈등과 금리 불확실성으로 가라앉았던 투자 심리가 본격 반등하면서, 대형 테크 중심의 고성장 종목이 ‘빅딜’ 기대감을 되살리고 있다.
M&A도 온기… 100억 달러 이상 대형 딜 2배 증가
“M&A 활동은 전년 대비 32% 늘었고, 100억 달러 이상 초대형 거래는 무려 100% 증가했다.” — 데이비드 솔로몬
솔로몬 CEO는 IPO 시장뿐 아니라 인수합병(M&A) 시장의 회복세도 강조했다. 그는 “빅딜 회복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월가 은행들이 수십 명의 시니어 뱅커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침체 국면에서 실적 부진을 겪었던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올여름 들어 잇따라 조직 보강에 나서며 수수료 수익 선제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남은 리스크: 인플레이션·고용·통상정책 불확실성
그러나 솔로몬 CEO는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세 가지 구조적 리스크를 거론했다. 첫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중심으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 2%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둘째,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곳곳에서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노동시장의 내구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바이든 행정부의 ‘온·오프’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고용 부문이 일부 약세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무역 정책의 변동성은 성장 전망에 측정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용어 정리 및 배경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비상장사가 신규 주식을 발행해 증시에 상장,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다. 한국에서도 공모주 청약 열풍이 자주 화제가 되는 만큼, 해외 IPO 동향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 금액을 분할해 후불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핀테크 모델이다. 클라르나는 유럽 BNPL 시장 점유율 1위로, 젊은 층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자가 확대되는 중이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2025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맞물려 하반기 글로벌 자본시장이 ‘리오프닝 2.0’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저금리 기대로 할인율이 낮아질 경우, 고성장 테크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어 IPO와 M&A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무역 관세가 기업 실적과 소비자 물가에 미칠 파급력이 가시화될 경우, 위험 자산 랠리가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BNPL·가상자산 등 규제 공백이 큰 부문에서는 정책 리스크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축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하반기 IPO 창구가 열리더라도 ‘옥석 가리기’는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월가 IB들이 자금 유치를 원하는 기술 기업에 대해 경영 지속 가능성과 현금흐름 개선 계획을 면밀히 검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망
골드만삭스의 이번 발언은 월가에 심리적 불확실성 해소 신호를 보냈다. 향후 핀테크·AI·우주 산업 등 차세대 성장 섹터가 IPO 런웨이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자라면 ▲고성장 테크주의 밸류에이션 ▲연준 통화정책 ▲글로벌 관세 정책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100억 달러 이상 메가딜이 2배 늘었다는 점은, 대형 기관투자가가 위험 자산 사이클의 반등을 확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시장의 레버리지 트렌드가 강화될 경우, 향후 합병 후 스핀오프(분할 상장) 사례도 증가할 여지가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2025년 4분기부터 자사 ‘트랜잭셔널 뱅킹’ 부문의 실적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솔로몬 CEO는 인터뷰 말미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투자은행 부문 수익이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