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체류 이주민 공공복지 차단 방침 제동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공복지 프로그램 접근 제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메리 매킬로이(Mary McElroy)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1개 민주당 주(州) 정부와 워싱턴 D.C.가 제기한 소송에서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발령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7월 10일부터 시행하려던 새로운 이민 규제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켰다.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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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의 핵심은 1996년 제정된 ‘개인 책임 및 근로 기회 조정법’(Personal Responsibility and Work Opportunity Reconciliation Act, PRWORA)의 해석이다. 약 30년 가까이 해당 법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이주민에게도 지역사회 전체에 개방된 프로그램(쉼터‧급식소 등)에 대해선 합법 체류 여부 확인을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HHS(보건복지부)·교육부·노동부·법무부 등 4개 부처 합동 지침을 통해, 연방 자금을 수령하는 모든 주·지방정부에 불법체류 여부 검증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새 방침은 한마디로 ‘서류를 보여라(Show me your papers)’라는 요구다.” — 메리 매킬로이 판사

새 지침에 따라 ‘헤드스타트(Head Start)’ 유아교육 프로그램,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급식소, 성인교육, 심지어 K–12(초‧중‧고교) 공교육 외부 지원 프로그램까지 이주민 신분 확인 절차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이 정책은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학생 비자‧취업 비자 등 합법 체류자에게도 일정 부분 적용돼 논란이 컸다.

판결의 주요 근거

매킬로이 판사는 “행정부가 정책 변경 과정에서 ‘행정절차법(APA)’이 요구하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임의적(arbitrary)이고 성급(hasty)’하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가 된 서비스들은 애초 자격 심사 요건이 없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간주돼 왔기 때문에, 행정부 해석이 30년간의 관례를 뒤집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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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적 파장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티아 제임스(Letitia James)는 “이번 판결은 수백만 가구의 생존선인 프로그램을 지켜냈다”고 발표했다. 반면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Abigail Jackson)은 “미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방 혜택은 미국 시민에게 제공돼야 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헤드스타트(Head Start)란?
1965년부터 시행된 연방정부 지원 유아교육‧영양 프로그램으로, 빈곤층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건강검진‧부모 교육 등을 제공한다. 2024회계연도 연방 예산은 약 120억 달러에 달한다1. 미국 내 ‘사회적 사다리’ 역할을 해온 대표적 복지사업으로 평가된다.

향후 전망

트럼프 행정부는 ‘상급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며 즉각 항소할 예정이지만, 판결문에서 판사가 “원고(각 주)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한 만큼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잠재적 ‘정치적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 용어 설명
예비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은 본안 판결 전까지 법적 효력을 잠정 중단시키는 긴급 처분이다.
K–12는 유치원(Kindergarten)부터 12학년(고3)에 해당하는 미국 초‧중‧고교 체제를 통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