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방산 대기업 보잉(Boeing)과 미국기계·항공우주노동자협회(IAM)가 5주간 이어진 파업을 끝낼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노조 측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노사는 5년 만기 단체협약 초안을 마련했으며, 약 3,200명의 조합원이 12일(금)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안이 승인되면 지난 8월 4일부터 시작된 세인트루이스 지역 보잉 방산 공장 파업은 공식 종료된다.
노조원들은 F-15, F/A-18 등 주요 전투기를 조립·정비하는 핵심 인력으로, 협상 결렬에 따라 약 5주 동안 생산 라인이 멈춰 섰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미 해군·공군 납기 일정과 연방 정부 방위 예산 운용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잠정 합의의 주요 내용 및 배경
노조 측은 합의안 세부 조항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임금 인상률, 연금·의료보험, 교대근무 수당, 고용안정 등이 핵심 쟁점이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회사가 제시했던 1차 협상안은
“생활임금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다”
는 이유로 부결됐고, 이에 따라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은 파업이 촉발됐다.
IAM은 북미 항공·우주 산업 최대 노조로, 보잉뿐 아니라 록히드마틴·에어버스 북미법인 등에도 조합원을 두고 있다. 한국 독자에게 다소 생소한 ‘machinist(기계노동자)’는 항공기·방위산업 라인에서 정밀 기계 가공·조립을 담당하는 고급 기술직을 의미한다.
미 방산 공급망에 미친 영향
보잉 디펜스(Defense, Space & Security) 부문의 세인트루이스 공장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 전투기를 생산하는 핵심 허브다. 실제 F/A-18E/F 슈퍼 호넷과 F-15EX 생산 일정이 9월 중순 이후로 밀렸으며, 미 해군은 호넷 업그레이드 부품 수급 계획을 재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더 길어졌다면 추가 비용이 주당 1,500만 달러 이상 불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의안 비준 절차와 향후 변수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 대상 ‘찬성’ 권고를 내놓았으나, 일부 조합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금 인상 폭”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12일 투표가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파업은 즉시 재개될 수 있다.
회사 측은 “상호 존중 기반의 협상을 통해 생산 정상화 여건을 마련했다”는 짤막한 성명을 냈다. 반면 월가에서는 “보잉이 이미 737 맥스 생산 지연과 우주선 CST-100 스타라이너 문제로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방산 부문의 파업 장기화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 시각
산업노동연구원(ILIR) 미주센터 박상민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노동시장 호황과 고물가 여건이 결합되면서 숙련 기술직 노조의 협상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연방정부의 사상 최대 국방예산 편성과 바이든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가 노사 모두에게 카드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동차·철도·물류를 포함한 미국 전역 동시다발 파업은 2023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방산·항공 부품 기업의 수출 타이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향후 일정
9월 12일 : IAM 조합원 찬반 투표
승인 시 : 9월 13일 이후 순차적으로 현장 복귀 및 설비 점검
부결 시 : 파업 지속, 추가 협상 일정 미정
노사 모두 큰 틀의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세부 조항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와 관련 업계는 투표 결과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