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디펜스(Boeing Defense)와 국제기계공·우주항공노동조합(IAM) 디스트릭트 837이 5주간 이어진 세인트루이스 지역 파업을 끝내기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5년짜리 새 단체협약 초안을 마련했으며, 조합원들은 9월 12일(현지시간)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IAM 디스트릭트 837 소속 약 3,200명의 조합원들은 F-15·F/A-18 등 보잉 전투기를 조립한다. 이들은 지난 8월 4일 회사 측 마지막 제안을 67% 반대로 부결시키고 전면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주요 합의 내용
보잉 디펜스 부사장 댄 길리언(Dan Gillian)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평균 45% 임금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5년 계약안을 마련했다”며 “IAM 837에 제시한 역대 최고 수준의 안”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안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포함됐다.
• 총 24%의 기본급 인상(5년간)
• 4,000달러 규모의 비준(서명) 보너스
기존 4년 제안(20% 인상·5,000달러 보너스)과 비교하면, 기본 조건을 1년 연장하고 보너스를 1,000달러 줄인 셈이다. 회사 측은 “평균 보상이 40% 오르는 수준”이라고 주장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은 실질적인 개선 폭이 제한적이라고 반발했다.
노동자 목소리
F-15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조합원 브랜던 틸(Brandon Thiel)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기보다 계약 기간만 늘린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7년 동안 받은 임금 인상이 생활비 상승으로 거의 상쇄됐다”면서 “‘이미 부담스러운 생계 비용 속에서 단순히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워싱턴·오리건 주에서 IAM 디스트릭트 751이 벌인 7주 파업은 38% 임금 인상과 12,000달러 서명 보너스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비춰 세인트루이스 합의안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협상 과정과 일정
연방 중재인이 참여한 9월 9일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지만, 같은 날 밤 재개된 담판이 10일까지 이어져 이번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계약안이 12일 통과될 경우, 9월 15일 밤부터 복귀가 시작되고 약 일주일 내로 생산이 정상화될 전망이다.
길리언 부사장은 “비조합원 인력이 파업 기간 동안 생산 라인을 유지했으나 일부 기종 생산 속도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9월 4일 대체 인력 투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용어·배경 설명
IAM(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은 북미 최대 규모의 금속·항공 우주 산업 노조로, 항공기 제조·정비·부품 공장을 아우른다. 미국 항공 제조업 노동계를 대표하는 세력이어서, 임금 및 복지 협상 결과가 업계 전반 임금 수준에 지표 역할을 한다.
보잉 디펜스·스페이스·시큐리티(Boeing Defense, Space & Security)는 민수 여객기 사업부와 별개로, 전투기·군용기·우주 발사체를 공급한다. 이 부문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약 30%(2024년 기준)를 차지하며, 미 국방부와 동맹국들이 주요 고객이다.
시장·산업적 의미
보잉의 방산 생산 라인이 늦춰질 경우, F-15EX와 F/A-18E/F 납기 지연이 발생해 미 공군·해군 전력 운용 일정에도 차질이 가능하다. 파업 장기화가 막판 모멘텀을 얻은 데에는 고용 시장 타이트닝, 인플레이션 압력, 항공·방산 업계 전반적인 인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안을 두고 “최근 잇단 대형 노사 분규가 보여주듯, 미국 제조업 노동조합의 협상 레버리지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방산 기업들이 인력 유치·유지에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단가 상승·수익성 압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 의견
본 기사 작성자의 시각으로, 보잉이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대체 인력 채용 카드를 꺼낸 것은 공급망 병목을 최소화하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다만 항공기 제조는 고도의 숙련을 요하기 때문에, 노조 인력을 전면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협상은 숙련 노동력의 희소성이 기업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조합원 투표 결과가 부결될 경우 재협상에서 추가 상여·물가연동 조항이 포함될지 여부. 둘째, 보잉과 주요 경쟁사 록히드 마틴·노스럽 그러먼이 예정된 연말 임금 교섭에서 어떤 벤치마크를 설정할지. 셋째, 미국 전체 제조업 임금 추세에 미칠 파급효과다.
※ 파업 종료가 확정되면 미국 국방 조달 일정과 에어쇼·수출 마케팅에도 즉각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