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전력생산 기업 JERA가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인수(오프테이크)할 가능성을 공식 타진했다. 이번 움직임은 에너지 인프라 투자사 글렌파른(Glenfarne)이 2025~2026년 최종투자결정(FID)을 목표로 추진 중인 총 44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 판매 계약 체결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글렌파른은 전날 발표를 통해 JERA와 연 100만 톤 규모 LNG를 20년 장기 FOB(선적지 인도조건) 방식으로 판매하기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글렌파른이 선도 개발사 지위를 확보한 이후 대만 CPC, 태국 PTT 등과 맺은 예비 합의서들에 이어 세 번째 ‘잠재 인수 물량’ 확보 사례다.
“본 의향서는 글렌파른과 지속적인 협의를 위한 토대를 제공하며, 추가 정보가 확보되는 대로 우리는 사업 이해도를 더욱 심화할 것” — 쓰가루 료스케 JERA 저탄소 연료 최고책임자(CLCFO)
JERA는 도쿄전력홀딩스와 주부전력이 50 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두 전력회사 모두 일본 국내 발전설비를 LNG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 왔으며, 연간 LNG 조달량만 3,500만 톤에 달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ERA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사업 일정·경제성을 계속 검토한다”는 전제하에 이번 LOI를 체결,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알래스카 북부 ‘스트랜디드 가스(stranded gas·수송 인프라가 없어 매장만 된 채 방치된 가스)’를 1,287km(800마일) 파이프라인으로 알래스카 남중부 니키스키(Nikiski)까지 이송한 뒤, 연간 2,000만 톤을 액화·수출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2020년대 초반 총 투자비는 440억 달러로 추정된다.
글렌파른은 파이프라인 부문에 대해 2025년 말, 액화 플랜트·수출 터미널 부문에 대해 2026년 FID를 목표로 하고 있다. FID(Final Investment Decision)은 사업 착수를 위한 최종 자본 지출 승인 단계로, 투자자·공급사·금융기관이 위험과 수익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해 ‘예산 집행’을 확정하는 절차다. 통상 LNG 사업에서 FID 이후 공사 기간만 4~5년이 소요되므로, 알래스카 LNG는 최대 2031~2032년 본격 상업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연방 정부 차원의 인허가, 재정 지원, 외교적 후원을 통해 본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석유·가스 수출 확대를 미국 에너지 패권 유지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산업성, 복수 전력·가스사 경영진은 “알래스카산 가스는 수송 거리·건설 비용이 막대해 카타르, 미국 걸프연안, 호주산보다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시장성 검증을 위해 영국계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800마일 파이프라인과 LNG 플랜트의 비용·운영 시나리오를 의뢰한 것으로 로이터가 전했다.
글렌파른의 협상 전략 및 시장 영향
글렌파른은 “예비적 물량확보(Preliminary Offtake)→장기 판매계약(SPA)→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이어지는 전형적 LNG 투자 구조를 취하고 있다. 20년 장기 계약은 자본 조달에 필수적인 현금흐름 예측성을 높여 금융기관·국제신용평가사의 투자등급 확보에 도움을 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JERA 같은 ‘AAA급 바이어’가 LOI에 참여하면 다른 아시아 수요자가 뒤따라 참여해 ‘신뢰도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점친다. 실제로 대만 CPC, 태국 PTT는 각각 2024~2025년 전력수급계획에 LNG 비중을 늘려야 하는 처지로, 알래스카산 확보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원가 경쟁력은 여전히 최대 난관이다. 공사 물류비용, 북극권 시공 리스크, 파이프라인·플랜트 동시 건설에 따른 ‘메가 프로젝트 복합 리스크’가 모두 작용한다. 여러 일본 담당자들이 “미국 걸프연안 FOB 기준 톤당 10~12달러인 반면, 알래스카는 최소 13~1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유다.
기자 해설
본 건은 정치·지정학·금융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업이다. JERA가 체결한 LOI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의의 약정이라는 점에서 실제 장기계약(SPA)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아시아 최대 수입국 일본이 참여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결과적으로 2025년 말 FID 일정 전까지 가계약→재무적 투자자 유치→정부 보증 확대 → FID 확정이라는 로드맵이 순조롭게 이행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또한 탄소중립(Net-Zero) 흐름 속에서도 LNG 수요가 꾸준히 유지·확대되고 있다는 시장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대만, 태국은 각기 원전·석탄 정책에서 난제를 안고 있어, “전환연료로서 LNG”에 대한 의존도가 당분간 줄어들기 어렵다.
※ 용어 설명
1 FOB(Free On Board): 판매자가 선적항까지의 비용·위험을 부담하고, 선적 완료 시점부터 구매자가 소유권·위험을 인수하는 거래 조건.
2 FID(Final Investment Decision): 대규모 자본 프로젝트에서 모든 기술·상업·재무 요건을 충족한 뒤 이사회가 최종 투자 집행을 승인하는 절차.
3 Offtake: 생산물 인수 계약 또는 그 물량 자체를 의미. LNG의 경우 ‘구속력 있는 장기 판매계약(SPA)’ 체결 전 단계에서 LOI·MOU 등이 선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