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개장전 동향
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11일(현지시간) 혼조세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FTSE100 지수는 개장가가 전일 대비 0.13% 상승할 것으로, 독일 DAX 지수는 0.14% 하락, 프랑스 CAC40 지수는 보합,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소폭 하락이 각각 전망된다. 해당 수치는 글로벌 파생상품 중개회사 IG가 사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제시한 결과다.
2025년 9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날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결과와 새로운 거시경제 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에선 ECB가 예치금리(deposit facility)를 현행 2%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럽 경제 및 글로벌 경기 전망이 어떻게 수정될지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ECB 예치금리란 무엇인가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하루 이상 초과 유동성을 ECB에 맡길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이는 유로존 단기금리의 하단 역할을 하며, 은행 간 자금흐름과 실물경제 자금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2% 수준은 2022년 이후 공격적인 인상 사이클을 거치며 형성된 것으로, 물가 안정과 경기 대응 간 균형을 찾기 위한 ECB의 노력이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유력시되는 배경으로는 최근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둔화 추세를 보이는 동시에,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이 꼽힌다. 물가와 성장을 모두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은 ‘장기간 고금리 유지(High for longer)’ 또는 점진적 인하 시점 가이던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물가 지표 대기… S&P 선물 보합
한편, 뉴욕 증시에서는 S&P 500 지수 선물이 10일(현지시간) 야간 거래에서 보합권을 나타냈다. 이는 11일 오전 8시 30분(미 동부시간) 발표 예정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대기하는 관망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경제학자 설문
에 따르면, 8월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 상승이 예상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핵심 CPI(Core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하루 앞서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PPI는 공급단 물가를 보여 주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CPI 상승 폭이 예상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제기된다.
아시아 시장 움직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 Nikkei 225 지수가 뉴욕 증시 강세를 뒤따르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홍콩 Hang Seng 지수와 중국 본토 CSI 300 지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제한적인 상승세에 머물렀다.
전문가 해설 및 시사점
첫째, 유럽 증시는 ECB의 정책 가이던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ECB가 향후 몇 분기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은행·부동산·유틸리티 등 고배당 방어주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미국 CPI 결과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부각돼 글로벌 위험 자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둔화 흐름을 재확인해 준다면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고, 달러/유로 환율이 되돌림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수익률 곡선이 여전히 가파르게 역전된 가운데, 채권시장은 중앙은행 ‘피벗(pivot)’ 타이밍을 둘러싸고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물가 지표, 성장 흐름, 정책 당국의 언어 변화를 종합적으로 주시하면서 리스크 관리 폭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용어 설명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전체 CPI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지표다. 본질적인 물가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중요하게 참고한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생산·도매 단계의 물가를 측정한다. PPI가 선행적으로 움직이면, 장차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예치금리(Deposit Facility Rate)는 상업은행이 초과지준을 중앙은행에 맡길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예치금리가 낮으면 은행의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기 쉽고, 높으면 시중 유동성이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는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에 근접할 때까지 정책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전략을 일컫는다. 이는 1970~80년대 볼커 의장 시절 전략과 일부 유사점을 가진다.
향후 일정 및 주시 포인트
ECB는 이날 통화정책 결정을 발표한 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물가 전망과 정책 스탠스를 설명할 예정이다. 시장은 기자회견 문구 속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점진적 접근(gradualism)’ 등의 표현 변화를 면밀히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12일(현지시간) 소매판매·수입물가 지표, 13일 미시간대학교 소비심리 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 연준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달러 강세·약세와 국채금리 흐름에 추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
자료: ECB, Fed, Dow Jones, IG,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