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NOC, 코베스트로 인수 관련 EU 시정조치 최종 협의 단계…소식통 “합의 임박”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ADNOC(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가 독일 화학기업 코베스트로(Covestro) 인수와 관련해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시정조치(remedies)를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ADNOC와 코베스트로가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협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 승인을 위한 수정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정조치는 EU 경쟁 당국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승인하기 전, 시장 경쟁 저해 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에 요구하는 조건을 의미한다. 주로 사업부 매각, 가격 모니터링, 장기 공급 계약 체결 등의 형태로 이행되며, 조건이 충족될 경우 최종 승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목

ADNOC·코베스트로, 양사 이해관계

ADNOC은 중동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석유·가스 기업으로, 1971년 설립 이후 원유 생산뿐 아니라 화학·정유·수소·재생에너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독일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폴리우레탄·폴리카보네이트 등 고기능성 플라스틱 전문 기업이다. 최근 자동차 경량화, 재생 에너지 부품, 전자·전자제품 케이스 수요 확대 등으로 고기능성 소재 시장이 성장하면서 두 기업 간 시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석유·화학 분야 수직 통합 시 경쟁 제한 여부”와 “다른 소재기업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ADNOC은 특정 생산 라인을 분리하거나 일부 장기 공급 계약을 보증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조치(Remedy)란 무엇인가?

시장 지배력 확대가 우려되는 M&A는 다국적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받는다. EU 집행위원회는 Phase Ⅰ(예비심사)와 Phase Ⅱ(심층심사) 두 단계로 나눠 거래를 검토하며, 경쟁 저해성이 발견되면 앞서 언급한 시정조치를 요구한다. 기업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인수를 철회하거나 고배를 마셔야 한다.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 무산, 지멘스(Siemens)·알스톰(Alstom) 철도 합병 불허 등이 대표적 사례다.

주목

EU 규제 환경에 정통한 한 국제로펌 변호사는 “ADNOC가 코베스트로의 특정 특수화학 제품군을 경쟁사에 장기 공급하고, 가격 투명성을 강화하는 안이 시정조치 초안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화학 산업 특성상 소재 단가와 공급 안정성이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향후 일정과 변수

소식통들은 “EU 집행위가 최종안을 검토한 뒤 늦어도 2025년 10월 중 가부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승인 시 ADNOC은 코베스트로 주식 100%를 인수해 글로벌 특수 소재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한다. 반대로 조건부 승인(conditional clearance) 혹은 불승인(non-approval)이 나올 경우, 딜 구조가 재조정되거나 협상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EU Green Deal) 이행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석유·가스 사업을 영위하는 ADNOC에 대한 여론도 변수다. 기후단체는 “화석연료 기반 기업의 화학 부문 확장이 탄소배출을 가중할 수 있다”며 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 평가

독일 본(市)에 있는 경제연구소(IFO) 화학산업 담당 연구원은 “코베스트로는 연구개발 능력과 고부가가치 생산 설비를 갖췄다”며 “ADNOC가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제공하면, 양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하우징, 풍력 블레이드 소재 등 친환경 고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규제 전문가들은 “EU가 요구하는 매각 자산 규모와 조건이 인수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정조치가 과도하면 시너지 창출이 지연되거나 현금흐름 관리에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사점

국내 화학·소재 업계도 이번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베스트로가 경쟁사 대비 친환경 솔루션 개발 역량이 높아, 인수 후에도 기술협력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면 ADNOC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면, 가격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 또한 “EU 규제기관은 최근 외국인 투자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사례가 잦다”며 “국내 기업들도 해외 투자 시 기존 사업부 매각, 연구개발 인력 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용어 설명
시정조치(Remedy) : EU 집행위원회가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요구하는 조치. 경쟁 저해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부 분할·매각, 독립된 데이터룸 운영, 가격·용량 보증 등을 포함.
Conditional Clearance : 조건부 승인. 제시한 시정조치를 이행해야 최종 승인으로 간주되는 형태.
Post-Merger Integration(PMI) : 인수·합병 이후 조직·시스템·문화 등을 통합하는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