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둔화 신호 속 S&P 500 사상 최고치…연준 금리 인하 기대 재점화
뉴욕 증시는 10일(현지시간) 물가 압력 완화라는 호재와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맞물리며 혼조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0.30%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 100 지수도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0.04% 올랐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8% 하락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9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0.28% 상승,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02% 상승 마감했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장중 6bp 급락해 4.03%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으면서 성장주 전반에 순풍이 불었다.
물가 지표 완화…연준 9월 FOMC서 최소 25bp 인하 확률 100%
투자자 심리를 지지한 가장 큰 재료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예상 밖 둔화다. PPI 헤드라인은 전년 대비 2.6% 상승해 전월(3.1%)과 시장 전망치(3.3%)를 모두 하회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PPI 역시 2.8%로 전월 3.4%, 예상치 3.5%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시카고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열리는 FOMC에서 25bp(1bp=0.01%p)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했으며, 50bp 인하 가능성도 10%까지 가격에 반영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총 73bp 인하를 베팅 중이다. 현재 목표금리(4.38%)는 연말 3.65%까지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10월 28~29일 회의에서 두 번째 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도 78%로 높다.
기술·AI 인프라 랠리…오라클 35% 폭등이 촉매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오라클(ORCL)이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의 가파른 성장 전망을 제시하며 35% 급등,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회사는 2026 회계연도 이후 네 개 연도에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각각 320억 달러, 730억 달러, 1,140억 달러, 1,14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 효과로 AI 연관 인프라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코어위브(+17%), 브로드컴(+9%), 아리스타 네트웍스(+6%), 엔비디아(+3%) 등이 대표적이다. 서버·GPU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가 전력 생산주로 확산되며 버티브 홀딩스(+9%), 비스트라(+8%) 등 전력·에너지주도 올라섰다.
“AI 연산량이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월가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다우 약세 주범은 애플·세일즈포스
다우지수는 핵심 구성 종목인 애플(AAPL)이 차세대 아이폰·애플워치·에어팟 공개 후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 속 3% 넘게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세일즈포스(CRM) 역시 오라클 실적 발표 후 전통적 소프트웨어 수요 부진이 부각되며 3% 이상 빠졌다.
해외 변수: 유럽 지정학 리스크·중국 디플레이션
폴란드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무인기를 격추하고 이를 “공격 행위”로 규정하면서 유럽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재부각됐다. 같은 날 유로 스톡스50 지수는 0.14% 하락했다. 한편 중국 8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0.4% 하락하며 6개월 내 최대 낙폭을 기록, 중국·글로벌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더했다.
금리·채권: 10년물 국채 입찰 호조…수익률 4.03%
10년물 재무부 증권(T-note) 390억 달러 입찰은 응찰 배수(bid-to-cover)가 2.65로 최근 10회 평균(2.56)을 상회, 견조한 수요가 확인됐다. 빅 테크 강세로 주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안전자산 선호가 유지된 셈이다.
참고 ‘응찰 배수’란 전체 응찰 금액을 낙찰 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개월 만에 최저인 2.631%까지 하락했고, 영국 길트 금리는 4.633%로 소폭 상승해 유럽 금리 혼조세를 반영했다. 트레이더들은 12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전면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종목 변동 및 업계 이슈
하락 쪽에서는 시놉시스(SNPS)가 연간 EPS 가이던스를 예상(15.11달러)보다 크게 낮춘 12.76~12.80달러로 제시하면서 35% 급락, S&P 500과 나스닥 100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트레이드 데스크(TTD)도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하향(‘비중확대→시장수익률’) 이후 11% 밀렸다.
반면 트라베어 테라퓨틱스(+26%)는 FDA가 희귀 신장 질환 치료제에 대한 자문위원회 심사를 생략하기로 결정, 승인 가능성이 커지며 급등했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확보한 빌 홀딩스는 4% 뛰었다.
하드웨어·악세서리 매출이 예상치를 대폭 상회한 게임스톱(+3%), 분기 배당을 40센트로 증액한 존슨 콘트롤스(+1%) 등도 눈에 띈다.
경제 지표·전망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9월 5일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9.2% 증가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6.49%로 11개월 최저다. 12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9% 상승, 근원 CPI는 3.1% 상승이 예상된다. 13일에는 미시간대 9월 소비심리지수가 58.0으로 소폭 하락이 전망된다.
월가 관계자는 “만약 CPI까지 PPI와 동일한 둔화 흐름을 보인다면, FOMC는 한층 매파적이던 톤을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 해설·투자 팁
- T-note: 만기 2~10년 사이 미국 국채를 통칭한다. 보통 10년물을 대표 지표금리로 활용한다.
- Bid-to-cover: 국채 입찰 수요 척도. 2.0 이상이면 ‘양호’, 3.0 이상이면 ‘매우 강한’ 수요로 평가된다.
- E-미니 선물: CME가 소액 투자자를 위해 도입한 지수 선물로, 본래 계약 규모(ES)의 1/5 수준이다.
현재처럼 금리 인하 기대+AI 성장 모멘텀이 동시에 부각되는 구간에서는 고성장 기술주와 장기채 동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연준이 시장 예상만큼 완화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종목부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