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금융권이 또 한 번의 대형 재편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메디오방카(Mediobanca)의 프란체스코 사베리오 빈치(Francesco Saverio Vinci) 총괄대표는 사내 직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onte dei Paschi di Siena, 이하 MPS)의 공개매수 참여율이 80%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그 경우 두 은행의 합병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밀라노발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빈치 총괄은 “현재까지 확보된 62% 지분에 더해 9월 16일 재개되는 추가 응모 기간 동안 지수 추종(index-tracking) 펀드들이 보유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어 참여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율이 80% 수준이면 유통주식수(플로트)가 급감해 메디오방카를 상장사로 유지하기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동일한 방향을 권고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빈치 총괄은 “합병이야말로 두 은행 모두에 대한 ‘차선(次善)의 선택’이 아닌 ‘최적의 선택’”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고객군이 크게 겹치지 않는 만큼, 단순 지분 제휴보다는 완전한 법적 합병이 비용·조직 효율 면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가격·지분 구조
MPS는 자사보다 규모가 큰 메디오방카 인수를 위해 대부분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제안했다. 빈치 총괄은 “MPS가 결코 낮지 않은 프리미엄을 지불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인수 자산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메디오방카 주주가 합병법인의 60%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직원 안정성 강조
그는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기존 관계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확신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메디오방카는 약 5,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빈치 총괄은 “MPS가 합리적으로 행동해 메디오방카 직원들의 역할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해설※비전문 독자용
지수 추종 펀드(index-tracking fund)는 특정 주가지수를 그대로 복제해 성과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기금이다. 편입 종목이 상장폐지·합병 등으로 유동성이 급감하면 펀드는 규정상 해당 종목 비중을 줄이거나 매도한다. 빈치 총괄이 “추가 응모 기간에 참여율이 더 오를 것”이라 말한 배경이 바로 이 규제·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일각에선 “겹치지 않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장점인 동시에, 비용 절감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합병 시너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빈치 총괄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사가 각각 추구하던 자본 확충·리스크 다변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완전 합병이야말로 구조적 해법이라고 판단한다. 향후 ECB의 감독 의견, 이탈리아 재무부와의 관계, 그리고 주주총회 승인 절차 등이 합병 성사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