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토론토발— 캐나다 금광업체 바리크 골드(Barrick Gold Corp.)의 핵심 협상 창구였던 임원이 말리 정부 측으로 합류하며, 서아프리카 최대 금광 가운데 하나인 루올루-군코토(Loulo-Gounkoto) 광산 지분 갈등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바리크의 힐레르 디아라(Hilaire Diarra) 전 토농(Tongon) 금광 총괄이사가 지난 8월 말 말리 대통령령으로 ‘대통령 특별고문(Special Counsellor)’에 임명됐다. 이는 말리 광물부(현지 광산부) 관계자가 공식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며 알려졌다.
디아라는 그동안 바리크를 대표해 말리 정부와의 치열한 협상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번 ‘전격 변신’은 바리크가 루올루-군코토 광산 지배권 유지를 위해 벌여 온 노력에 또 하나의 타격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서아프리카 군사정권들이 자국 금·우라늄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 즉 ‘리소스 내셔널리즘(resource nationalism)’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채굴법·지분 구조 갈등1 — 말리 정부는 2023년 제정한 신 광업법을 두고 바리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해당 법은 세금 인상과 정부 지분 확대를 골자로 한다. 바리크 측이 난색을 표하자, 말리 정부는 과거 바리크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해 협상 우위를 꾀했다.
올해 6월, 말리 법원이 임명한 임시 관리인(provisional administrator)이 루올루-군코토 광산 운영권을 장악했다. 이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지 6개월 만이었다. 현재 임시 관리팀에 포함된 삼바 투레(Samba Toure) 역시 과거 바리크 임원이었다.
“루올루-군코토는 2024년 57만8,000온스의 금을 생산하며 바리크 포트폴리오에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 바리크 재무제표 중
그러나 임시 관리 체제가 들어선 이후 광산은 약 1메트릭톤(35,274온스)의 금만 판매했고, 현재 생산량은 평시 대비 25% 수준에 머문다고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전했다.
디아라, ‘협상 책임자’에서 ‘대통령 고문’으로 — 디아라는 말리 국적 엔지니어로 루올루 광산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올해 초 그는 코트디부아르 토농 광산 총괄 지위를 유지하며 수도 바마코로 날아와 바리크 협상팀을 지휘했다. 그가 협상 실무에서 곧바로 말리 대통령실로 자리 옮긴 것은 비즈니스 관행상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디아라와 바리크 대변인 모두 공식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업계는 그가 정부 편으로 선회함에 따라 세제 개편·지분 조정 협상이 정부에 유리하게 재정렬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리소스 내셔널리즘이란?
‘리소스 내셔널리즘’은 자원 보유국 정부가 채굴·개발에 대한 주권적 통제를 강화하고, 외국계 기업이 보유한 지분·수익을 재조정하려는 정책 기조를 뜻한다. 최근 서아프리카 여러 군사정권이 금·우라늄을 중심으로 세율 인상·지분 강제 이전 등을 추진하며 업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 시각기자 해설 — 이번 인사 이동은 바리크와 말리 정부 간 힘의 균형이 정부 쪽으로 기울었음을 방증한다. 광산 운영권이 불투명해지면 바리크는 생산 가이던스 재조정·자본 지출(투자비) 축소·프로젝트 다각화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반면 말리 정부는 단기적인 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위축과 기술 이전 지연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핵심 변수는 △신 광업법 세부 시행령 △금 현물·선물 가격 추세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 대외관계 등이다. 국제 금 가격이 강세를 이어 간다면 정부의 ‘자원 내셔널리즘 카드’가 더 힘을 얻겠지만,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 수익성 하락으로 협상 판도가 다시 바뀔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