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9월 10일(현지시간) 전장보다 1.04달러(+1.66%) 오른 배럴당 63.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달물 RBOB 가솔린 선물도 0.0155달러(+0.78%) 상승한 갤런당 1.996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025년 9월 10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 상승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은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조된 지정학적 위험이다. 폴란드군은 러시아의 최신 우크라이나 공습 과정에서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을 격추했고, 이를 ‘침략 행위’로 규정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고위층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 갈등 확산 우려도 동시에 부상했다.
현재 중동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산유 지역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공급 차질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빠르게 증폭되며 가격이 가파르게 반응한다. 유럽 내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같은 국경 침범 사건은 서방 국가들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자극해 공급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키우고 있다.
OPEC+ 증산 폭 축소
앞서 OPEC+는 9월 7일 회의에서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bpd)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8~9월에 결정한 54만7000bpd 증산 계획보다 크게 축소된 규모다. 동맹국들은 “잔여 166만bpd 감산 물량의 복원 여부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정적 증산 결정이 공급 안정화 효과를 제한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며 8월 1~27일 기준 하루 509만bpd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감산 체제가 중첩된 상황에서 러시아 생산 차질이 길어질 경우 글로벌 재고 하락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IA 재고는 ‘약세’, 지정학은 ‘강세’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9일 주간 재고 보고서는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주간 원유 재고는 시장 예상치(−140만배럴)와 달리 394만배럴 증가했고, 가솔린 재고 역시 150만배럴 늘어 예상치(+50만배럴)를 상회했다. 중·경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무려 470만배럴 급증하며 8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다만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허브 재고는 36만5000배럴 감소했다. 또 EIA는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전년 동기 대비 −3.2%), 가솔린 재고(−0.6%), 디스틸레이트 재고(−10.4%) 모두 장기 평균치 아래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 증가에도 절대 수준이 낮아 공급 쇼크에 취약하다는 점이 시장을 지지했다.
미국 생산·시추 현황
같은 주간 보고서에서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49만5천bpd로 0.5% 늘어났다. 역대 최고치인 2024년 12월 둘째 주(1363만1천bpd) 수준에는 다소 못 미친다.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석유 시추 장비(리그)는 전주 대비 2기 증가한 414기로, 4년 만의 최저치였던 410기(8월 1일)보다 소폭 회복됐다.
시장 심리와 추가 변수
폴란드 영공 침범 이후 유럽연합(EU)이 대러 에너지 제재를 강화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기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EU 국가들이 동참할 경우 인도·중국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Saudi Aramco)는 10월 아시아향 원유 판매 가격을 배럴당 1달러 인하해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깊은 할인’을 제시했다. 이는 수요 부진 신호로 해석돼 단기적으로 하방 재료로 작용했다.
용어 설명Market Glossary
WTI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중질 원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 가운데 하나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가솔린을 의미한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결성한 협의체다. 또한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의 약칭으로, 주간 재고·생산·수요·가격 데이터를 공식 발표한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는 이번 가격 반등이 공급 측 리스크 프리미엄에 거의 전적으로 기인한다고 판단한다. 재고·수요 지표는 오히려 약세를 시사하지만, 폴란드·카타르 사건이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매도세를 억제했다. 향후 시장은 (1) EU의 대러 추가 제재, (2)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확대, (3) 사우디·러시아 감산 정책의 미세 조정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쿠싱 재고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기술적 지지선이 65달러 부근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우디의 공격적 가격 인하와 글로벌 원유 재고 증가가 겹치면 하방 압력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현 국면에서 투자자는 변동성 완화 장치, 예컨대 옵션 전략이나 분산 포트폴리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기사 작성자는 해당 종목에 직·간접적 포지션이 없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