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주도 컨소시엄, 아람코 ‘자푸라 인프라 거래’ 위해 103억 달러 조달 협상 중

블랙록(BlackRock)의 글로벌 인프라 투자 부문(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GIP)이 주도하는 투자자 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자푸라(Jafurah) 가스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최대 103억 달러(약 13조9,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투자 컨소시엄이 대출기관들과 협력해 단기·장기로 나뉜 차입 구조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1)

소식통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와 일본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Sumitomo Mitsui Banking Corporation·SMBC) 등이 자금 제공에 참여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이 같은 구조는 아람코가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대가로 선(先) 현금화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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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금은 단기(7년 만기)장기(19년 만기)로 구분되며, 전체 대출 규모의 약 75%가 7년 만기로 설정돼 추후 회사채(bonds)로 재조달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이번 구조에서 핵심 법인은 자푸라 미드스트림 가스회사(Jafurah Midstream Gas Company·JMGC)라는 특수목적법인(SPV)이다. JMGC는 자푸라 가스전 주변의 가스 처리·운송 시설 개발 및 사용권을 아람코로부터 임차한 뒤, 20년간 다시 아람코에게 임대하는 리스백(lease-back) 방식을 취하게 된다.

아람코는 JMGC 지분의 51%를 보유해 경영권을 유지하고, 나머지 49%를 블랙록·GIP 컨소시엄이 확보한다. 소식통은 “컨소시엄이 이번 거래에 약 18억 달러의 자기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조달 방안도 진행 중이다. 아람코는 지난 5월 50억 달러 규모의 국제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30억~40억 달러 상당의 이슬람 채권(수쿠크·Sukuk) 발행을 검토 중이다. 9월 10일 기준, 해당 수쿠크는 165억 달러가 넘는 주문을 받아 이날 중 확정 금리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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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발전 연료를 기존 원유에서 가스로 전환함으로써, 사우디는 추가적인 원유 배럴을 수출·석유화학 원료·AI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금융권 참여 열기도 뜨겁다. 중국계 은행들은 단기 대출 참여 의사를 보였으며, 골드만삭스·씨티·미즈호·MUFG도 관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기관은 공식 논평을 거부했거나 즉답을 피했다.

용어·배경 설명

① 수쿠크(Sukuk)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이자를 금지하는 대신, 기초 자산의 수익을 배당 형태로 배분하는 채권형 투자상품이다. 중동·말레이시아 등에서 자주 활용되며, 최근 글로벌 인프라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② 리스백(Lease-back)은 자산 소유자가 자산을 매각한 뒤 동일 자산을 임차해 사용하는 구조다. 자산을 장부에서 제외하면서도 운영권은 유지할 수 있어, 현금 유동성 확보에 용이하다.

③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GIP)는 공항·항만·송전망 등 대형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미국계 사모펀드다. 블랙록 합병 이후 운용 자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인프라 전담 운용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구조는 2021년과 2022년 아람코가 자사 원유·가스 파이프라인 네트워크에 적용한 금융 기법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장기 리스·단기 차입·채권 재조달 전략을 결합해 대규모 현금 유입을 실현한 바 있다.

자푸라 가스전은 매장량이 229조 입방피트에 달하는 사우디 최대 비연계(non-associated) 가스전으로, 아람코가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가스 생산 60%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전략의 핵심 자산이다. 이번 인프라 투자는 1,500km 이상 길이의 파이프라인 및 가스 처리 시설 건설을 지원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는 “사우디가 국내 발전 연료를 원유에서 가스로 전환하면 수출 여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석유화학·AI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