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새 저서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2024년 재선 도전 결정이 ‘무모했다’고 평가하며, 자신은 그 결정을 만류할 최적의 위치에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전 부통령은 회고록 『107 Days』(가제)에서 2024년 대선 국면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고민과 정치적 계산을 상세히 기술했다. 공개된 발췌본은 미국 시사 주간지 The Atlantic에 실렸다.
해리스(60)는 책에서 “‘조와 질(바이든 여사)의 결정이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개인의 야망과 자존심에 맡겨둘 사안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바이든 전 대통령은 81세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의 첫 TV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에도 출마 의지를 고수했다.
■ 대선 판도와 107일의 레이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4년 7월 21일 전격적으로 대선 경선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리스를 공식 후보로 추대했고, 그녀에게는 대선일까지 불과 107일이 남았다. 그러나 11월 본선에서 당시 79세였던 트럼프에게 패배하면서 해리스는 재기를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025년 7월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설을 일축하며 정치적 행보를 제한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전립선암(Prostate Cancer) – 남성 전립선에 발생하는 암으로,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난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공격적 형태”로 진단받아 이미 뼈로 전이된 상태로 알려졌다.
■ 백악관 내부 평가와 ‘커버업’ 논란
바이든 사임 직후, 백악관이 대통령의 인지·건강 상태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리스는 책에서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181세의 바이든이 가장 힘든 날에도 트럼프의 최고의 날보다 더 해박하고, 판단력이 뛰어나며, 자애로웠다
”고 강조했다. 다만 “그러나 81세의 그는 피로를 숨길 수 없었다
”며 연령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선택으로 둘러볼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민주주의의 향방이 걸린 사안이었다.” – 카멀라 해리스, 『107 Days』 중에서
백악관 대변인실은 책과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바이든 측 핵심 보좌진은 여전히 “대통령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 언론·우파 비판과 커뮤니케이션 난맥
해리스는 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우파 진영과 일부 주류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백악관에는 대규모 홍보팀이 있었고,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이 매일 브리핑을 진행했지만, 나를 향한 허위 공격을 방어하거나 긍정적 메시지를 알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적었다.
■ 정치적 함의와 향후 전망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리스의 회고록이 민주당 내 세대교체·리더십 논의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재출마 허용’이라는 당시 지도부의 결정 과정을 “무책임”으로 규정하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당내 공방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해리스가 2028년 혹은 그 이후 대선 주자로 복귀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107일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전국 조직을 구축해야 했던 해리스의 ‘실패’를 단순히 개인 역량으로 귀결지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치 분석가 A씨는 “바이든의 예상 밖 사퇴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 캠페인이었다”며 “해리스의 경험은 미국 정당 시스템에서 부통령 승계 구도가 실현될 때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 기자 관전평2
본 회고록은 한때 ‘바이든·해리스 체제’로 상징되던 민주당 지도부의 내부 결정 방식을 문서로 남겼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있다. 해리스가 스스로 ‘가장 말하기 어려웠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부통령 제도가 가진 구조적 제약을 웅변한다. 앞으로 미국 정가는 ‘고령 지도자의 거취’라는 난제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1) 해당 인용은 The Atlantic가 공개한 발췌본에서 직역함.
2) 객관적 사실 전달 외, 기사 말미에 기자의 분석을 독립된 단락으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