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눈앞에 두면서,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급격히 확산된 ‘선구매·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BNPL을 통한 온라인 지출은 2024년 824억 달러(전년 대비 9.9% 증가)에 달했다. 이는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 집계로, 팬데믹 기간 중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며 BNPL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 준다.
BNPL이란 무엇인가
BNPL은 결제 시점에 물품·서비스 대금을 전액 지불하지 않고, 4회 분할(가장 흔한 형태)부터 최대 36개월까지 무이자·저이자로 나눠 갚는 방식이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1대출 정보를 신용평가기관에 통보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2신용 점수 하락 우려가 적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시장 규모와 주요 업체
BNPL 생태계를 대표하는 클라르나 외에도 어펌(Affirm), 블록(Block) 산하 애프터페이(Afterpay) 등이 미국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결제 직후 소비자에게 단기 대출을 제공해 구매력을 끌어올리고, 가맹점에는 매출 증대 효과를, 자신들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을 얻는 구조다.
연체율 비교
미 금융기술협회(FTA)에 따르면, 회원사 5곳의 BNPL 평균 연체율은 2% 미만으로 신용카드(미 뉴욕 연준 기준 7% 이상)보다 현저히 낮았다. 클라르나는 전 세계 상품의 99% 상환율을, 애프터페이는 2025년 2분기 정시 상환 비율 96%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어펌은 2025년 6월 30일 종료 분기 기준, 30일 이상 연체 대출 비율이 2.3%라고 공시했다.
온라인 지출 비중
2025년 1~8월 미국 온라인 총 지출은 6,962억 달러였으며, 이 중 BNPL 비중은 563억 달러(8.1%↑)로 파악됐다(어도비 애널리틱스).
“BNPL은 고가 품목뿐 아니라 일상 소비로도 스며들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정시 납부 동향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FRB)에 따르면, 2023년 4분기~2024년 4분기 사이 ‘4회 분할 결제’ 이용자 중 모든 납부를 기한 내 완료한 비율은 1%p 감소했다. 이는 경기 둔화와 생활비 상승이 소비자 상환능력에 미세한 영향을 줬음을 시사한다.
월평균 상환액
모틀리풀(Motley Fool) 설문(2025년) 기준 BNPL 이용자의 57%는 월 100달러 이하를 상환했다. 같은 분기 엑스페리언(Experian)이 집계한 신용카드 평균 상환액 181달러와 비교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1,000달러 이상 고액 상환자는 BNPL 사용자의 1%에 불과했다.
세대별 사용 행태
PYMNTS 인텔리전스(2024년)에 따르면, 밀레니얼·Z세대는 식료품·외식 등 일상적 결제에도 BNPL 도입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베이비붐·시니어층 대다수는 “일상용도로는 사용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신용등급별 비율
렉시스넥시스 리스크솔루션(2023년)은 BNPL 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서브프라임(580~619) 혹은 니어프라임(620~659) 구간에 속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프라임(660 이상)으로 오히려 건전한 신용 상태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규제 공백과 감독 이슈
대다수 BNPL 대출이 신용평가 체계에 보고되지 않는 점은 규제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소비자 단체들은 “BNPL 부채가 금융당국·타 금융회사·BNPL 업체 모두에게 블라인드 스폿으로 남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2024년 BNPL 사업자에게 분쟁조사·반품 환급·정기 명세서 제공 의무를 부과했으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규정을 철회하면서 감독 공백 논란이 재점화됐다.
전문가 진단
시장 분석가들은 클라르나 IPO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경우, BNPL 모델이 ‘주류 금융’으로 인정받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금리 상승, 거시경제 불확실성, 규제 강화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해 중·장기 성장 경로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보이지 않는 부채’가 실제 금융 시스템 전반에 어떤 부담을 줄지에 대해선 더 많은 데이터 공개와 사후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 용어 설명
– BNPL: Buy Now Pay Later의 약자로, 신용카드 결제보다 간편하며 할부 형태로 상환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
– CFPB: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미국 소비자 금융보호를 전담하는 독립 기관.
– 서브프라임·프라임: 미국 신용평가 체계에서 차주의 위험도를 구분하는 등급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연체 가능성이 높다고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