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ler, Burckhardt Compression 투자의견 ‘매수’→‘보유’ 하향…주가 4% 급락

스위스 산업 설비 기업 Burckhardt Compression(부르크하르트 컴프레션) 주가가 4% 하락했다. 주요 투자은행 케플러(Kepler)가 종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투자의견을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케플러는 보고서에서 “시장 정상화 움직임과 관세 부담이 동사의 단기 실적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리포트는 Burckhardt Compression의 실적 가이던스 달성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주가가 최근 급격히 오른 만큼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Burckhardt Compression은 산업용 왕복동 압축기에서 글로벌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석유·가스·원자재 화학 공정에서 필수적인 고압 압축 시스템을 공급한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회수 시스템 및 수소 인프라용 압축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미국산 LNG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은 시장에 긍정적 요소인 동시에 공급사슬 재편에 따른 과도기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주목

케플러의 핵심 우려는 두 가지다. 첫째, 스위스산 제품에 대해 8월부터 시행된 39% 대미(對美) 관세가 Burckhardt Compression의 동종업계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가격 인상 요인으로 귀결될 수 있어, 수주량 감소 및 고객사 발주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에너지 가격이 최근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투자 사이클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케플러는 “2024년 말부터 신규 장비 수주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2025/26 회계연도 가이던스 달성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애프터마켓(유지·보수) 부문이 방어적 역할을 해줄 것이며, 이는 동사의 장기 성장 스토리를 흔들지는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부담은 왜 부각됐나?

주목

스위스는 EU·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이 아니므로,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에 취약하다. 39%라는 높은 대미 관세는 스위스 제조업체 가운데서도 Burckhardt Compression이 보유한 라인업(고압 압축기)이 대체제 마련이 난해하다는 점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가·고정밀 장비 특성상 가격경쟁력 약화는 곧바로 수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정상화(‘Normalization’)란 무엇인가?

2020~2023년 글로벌 에너지 공급 혼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NG·석유·화학 플랜트 투자가 급증하며 압축기 수요가 과열됐다. 케플러는 “이제는 증설 일정을 재조정하는 단계”라며, 팬데믹 이후 가파른 성장세가 평균 회귀(mean reversion)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Burckhardt Compression은 이러한 조정 국면에서도 2025/26 회계연도 목표 달성을 자신해 왔다. 하지만 케플러는 보고서에서 신규 장비(원메이크) 수주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으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도 일부 감액(구체 수치는 미공개)했다.

투자자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애프터마켓 매출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리커링(Recurring) 수익”이라며, 단기 조정이 장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전부는 아니라고 짚었다. 다만 주가가 2023년 이후 70% 이상 급등한 만큼 ‘숨 고르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Burckhardt Compression의 2025/26 회계연도 가이던스는 공개 매출 목표, 영업이익률, 주문 잔고(bill backlog) 확대 등 세부 지표로 구성돼 있다. 케플러는 “목표 달성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주가가 선반영돼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해석했다.


용어 풀이

LNG: 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를 의미한다. 가스를 영하 162도에서 액화해 부피를 약 600분의 1로 줄여 운송하는 방식으로, 최근 에너지 수급 불안정 속 주목받는다.

애프터마켓 비즈니스: 설비 판매 이후 장비 유지·보수, 부품 교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꾸준히 발생하는 매출을 일컫는다.

시장 정상화: 비정상적으로 급등·급락한 뒤 수요·공급이 평상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투자 용어다.


종합하자면, 케플러의 투자의견 하향은 Burckhardt Compression이 직면한 관세·수요 둔화 리스크를 단기적으로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 압축기 기술력과 애프터마켓 안정성을 고려할 때,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관세 협상 동향, EU·미국 LNG 수급 상황, 글로벌 에너지 가격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Burckhardt Compression 주가는 이날 4% 하락했으나, 향후 이슈 소멸 및 실적 가시화에 따라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