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기상 악화·재고 축소로 코코아 선물 가격 1.5개월 저점에서 반등

코코아 선물 가격이 서아프리카의 불리한 기상 여건과 미국 보세창고 재고 축소에 힘입어 급반등했다.

2025년 12월물 ICE 뉴욕 코코아 선물(CCZ25) 가격은 전장 대비 +160달러(+2.21%) 상승한 반면, 같은 만기의 ICE 런던 코코아 선물(CAZ25)은 +63파운드(+1.25%) 오른 채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9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일 1.5개월 최저치까지 밀렸던 코코아 가격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관측된 집중호우와 건조 현상이라는 이중 기상 악재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공매도 세력의 대규모 숏커버(손실 회피용 매수)로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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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에서는 최근 폭우가 지속돼 농부들이 수확기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농경지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코코아 원두 운송이 농장지에서 항만으로 이동하는 물류 흐름이 둔화됐다. 반면 가나·나이지리아 북부 일부 지역은 같은 기간 강수 부족으로 인한 포드(열매) 고사블랙 팟병1 확산이 보고됐다.

“지난 60일 동안 서아프리카 주요 코코아 벨트에서 기록된 강수량은 1979년 이후 가장 낮았다.” — 미국 커머더티웨더그룹 보고서

미국 ICE 지정 창고에 보관된 모니터링 코코아 재고는 9월 10일 기준 212만 3,868포대(60㎏ 기준)로, 3.7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 감소가 이어지자 트레이더들은 수급 불안을 선반영하며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수요 둔화 공포와 가격 변동성

다만 코코아 시장은 불안정한 수급 구조와 별개로 소비 측면의 역풍도 마주하고 있다. 지난 7월 스위스 린트&스프렁글리(Lindt & Sprüngli AG)는 상반기 초콜릿 판매 감소폭이 예상보다 컸다며 연간 영업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같은 달 벨기에계 바리칼보(Barry Callebaut AG)도 3개월 만에 또다시 판매량 전망을 줄였고,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용어 설명2 : 코코아 그라인딩은 초콜릿 생산을 위해 원두를 분쇄·가공하는 공정 지표로, 실제 소비 동향을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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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코코아협회(ECA)에 따르면 2분기 유럽 그라인딩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331,762톤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5%보다 부진했다. 아시아 역시 2분기 그라인딩 규모가 -16.3% 급감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북미도 -2.8%의 감소세를 보였다.


공급 변수: 중간작 부진·생산 전망 엇갈림

현재 서아프리카에서는 4월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지는 중간작(mid-crop)이 한창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 도래로 열매 성숙이 제한돼 품질 저하와 수량 감소가 동시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이보리코스트 올해 중간작 수확량은 40만 톤 수준으로 작년(44만 톤) 대비 -9% 감소가 예상된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CAN)는 2025/26 농년도의 생산량을 전년보다 -11% 적은 30만 5,000톤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6월 나이지리아 코코아 수출은 14,597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해, 단기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가나코코아청(Ghana Cocoa Board)은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 톤으로 +8.3% 증가할 것이라고 7월 1일 발표했다. 이는 올해 60만 톤 예상치 대비 회복세지만, 기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다.


국제기구 관점: 60년 만의 적자에서 흑자 전환 시나리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발표에서 2023/24 연도의 글로벌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 적자다. 같은 기간 세계 생산량은 4,38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3.1% 감소했으며, 재고 대비 그라인딩 비율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다.

다만 ICCO는 2024/25 시즌에는 기후 정상화 및 생산 회복을 가정해 14만 2,000톤흑자 전환을 전망했다. 같은 해 생산량도 +7.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망 및 전문가 통찰

1) 공급 측에서는 아이보리코스트와 나이지리아의 생산 감소폭이 향후 실제 통계로 확인될 경우, 연말·연초 선물 만기 구간에서 재차 가격 급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2) 수요 측에서는 고가 원재료 부담과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초콜릿 기업들의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판가 인상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소비 탄력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3) 투자 관점에서 코코아는 연초 이후 이미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변동성이 극심해 헤지 수단 또는 테마 포트폴리오로 접근하는 전략이 권고된다.


주석1 블랙 팟병(Black Pod Disease): 페토포라(Phytophthora) 균이 일으키는 곰팡이성 질병으로, 열대 우기 고온다습 조건에서 급속히 번식해 코코아 포드가 검게 썩는 대표적 작황 피해 요인이다.
주석2 ‘그라인딩’(Grinding):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등으로 만드는 1차 가공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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