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인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종전 6.5%에서 6.9%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서비스업 활황과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 결과로 평가된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치는 최근 분석 노트에서 “6월 분기(2025년 4~6월) 성장 모멘텀이 견조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서비스 부문 확대와 완화된 금융 여건이 인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진단했다.
인도의 6월 분기 실질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8%를 기록해 직전 분기 7.4%를 상회했으며, 피치가 제시했던 6.7% 예측치도 가볍게 넘어섰다. 수치 자체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회복 국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꼽힌다.
피치는 “국내 수요가 앞으로도 핵심 성장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며 ▲높은 실질 소득 증가 ▲완화적 통화 정책 ▲유동성 공급 확대로 금융 여건이 비교적 느슨해진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보고서는 최근 불거진 미·인도 통상 갈등이 투자 심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일부 인도산 제품에 추가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피치는 “양국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협상 불확실성이 투자 계획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 흐름과 관련해 피치는 2025회계연도 하반기부터 성장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2026회계연도에는 6.3%, 2027회계연도에는 6.2%로 점진적 둔화를 예상했다.
한편 피치는 명목 GDP와 실질 GDP 격차 축소를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원자재 및 도매물가 부진이 실질 성장률을 과대평가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상품 가격이 반등할 경우 현재의 고성장 수치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다. 2025년 7월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6%로 2017년 6월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식료품 가격 하락과 평년을 웃돈 우기(몬순) 강수량이 물가를 끌어내렸으며, 근원물가(식료품·연료 제외)도 6개월 만에 4% 아래로 내려갔다.
이 같은 물가 흐름을 바탕으로 피치는 인도준비은행(RBI)이 연내 기준금리를 25bp(basis point, 1bp=0.01%p) 인하한 뒤 2026년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후 2027년부터는 다시 긴축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용어 해설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창출된 부가가치 합계를 뜻한다. 실질 GDP는 물가 변동을 제거해 경기 흐름을 보여주며, 명목 GDP는 물가를 반영한 수치다. 피치 레이팅스는 무디스,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불리며, 국가·기업의 신용도 및 거시경제 전망을 제시한다. bp(베이시스 포인트)는 금리 변동 폭을 세밀하게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단위로, 25bp는 0.25%포인트를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
단기적으로 인도 정부는 완화적 통화·재정 조합을 유지하며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 갈등 속에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어, 인도가 ‘차이나+1’ 전략의 최대 수혜국이 되기 위해서는 관세 협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피치가 제기한 ‘실질 성장률 과대평가’ 가능성은 중기 정책 수립 시 거시지표 해석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