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Holdings가 인공지능(AI) 구동 성능을 대폭 강화한 차세대 모바일 칩 설계 ‘Lumex’(루멕스)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번 설계는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인터넷 연결 없이도 대규모 AI 모델을 처리하도록 고안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Arm은 루멕스를 4가지 라인업으로 나눠 출시한다.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저전력 버전부터, 연산 성능 극대화 버전까지 사용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루멕스 시리즈 중 최고 사양 모델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도 대규모 AI 모델 연산을 실시간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Chris Bergey Arm 수석 부사장 겸 총괄은 “AI는 실시간 상호작용, AI 번역 등 일상 전반에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이미 AI 기능을 기본 기대치로 인식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핵심 사양과 기술적 특징
이번 루멕스 설계는 Arm의 Compute Subsystems(CSS) 전략의 일환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칩 설계 업체가 보다 ‘준비된 블록’ 형태의 IP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CSS는 설계·개발 기간을 단축해 제품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
Arm은 루멕스를 3나노미터(㎚) 공정에 최적화했다. 이는 TSMC(대만반도체제조)의 최신 3㎚ 노드와 호환되며, 동 공정은 애플이 10일 발표한 차세대 아이폰 칩에도 적용된 바 있다. 3㎚ 공정은 1집적도가 높아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트랜지스터 배치를 가능케 하고, 2동작 전압 감소로 전력 소모를 줄여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장점이 있다.
Arm은 장기 성장 전략으로 데이터센터·모바일 양대 시장을 겨냥해 더 완성도 높은 ‘레퍼런스 설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로열티 및 라이선스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다. 회사 측은 독자 칩 개발 가능성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주요 인력을 채용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중국에서의 신제품 공개 이유
Arm은 11일 중국에서 루멕스 론칭 행사를 진행한다. Bergey 부사장은 “애플·삼성을 제외한 다수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 중국에 밀집해 있어, 현지에서 발표하는 편이 시장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3나노미터 공정: 반도체 회로 선폭이 3㎚(10억 분의 3m) 수준임을 의미한다. 선폭이 미세할수록 동일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는 줄인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가장 진보한 양산 공정 가운데 하나로, 생산 난도가 매우 높다.
Edge AI: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엣지)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 네트워크 지연·보안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루멕스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다.
전문가 시각
“Arm이 3㎚ 공정용 모바일 IP를 한발 앞서 제시함에 따라, 스마트폰·웨어러블 시장은 2026년 이후 ‘온디바이스 AI’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입장에선 독자 설계 대신 Arm 레퍼런스 채택으로 개발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상위사양 모델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
루멕스 발표는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고가 플래그십 모델에 집중돼 있던 시장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급기 이하에도 ‘실시간 번역’ ‘AI 카메라’처럼 고성능 AI 기능이 탑재될 수 있어,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큰 변화를 예고한다.
또한 TSMC·삼성전자·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간 3㎚ 수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Arm의 레퍼런스 설계가 실질적인 벤치마크 역할을 하며 공정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전 포인트
Arm이 자체 칩을 직접 제작하게 될 경우, 기존 고객사와의 이해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건이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자동차 등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으로 레퍼런스 설계 확대가 이뤄질 경우, 퀄컴·미디어텍·엔비디아 등 종합 칩 업체와의 협업·경쟁 구도도 주목된다.
루멕스가 상용화 단계(양산)로 진입하기까지는 파운드리 공정 안정화와 고객사(스마트폰 제조사) 설계 통합이 필수다. 업계는 2026년 출시될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부터 루멕스 기반 칩셋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