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카드(Mastercard)가 인공지능(AI) 기반 결제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개발자 중심의 신규 툴 세트를 공개하고, 글로벌 기술·금융 생태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미국 전역의 모든 마스터카드 보유자가 올 연말까지 ‘에이전트 페이(Agent Pay)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후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점이다.
2025년 9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마스터카드는 개발자를 위한 ‘Agent Toolkit’, ‘Agent Sign-Up’, ‘Insight Tokens’, ‘Agentic Consulting Services’ 등 네 가지 핵심 솔루션도 함께 출시하며 AI 기반 결제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했다.
‘에이전트 페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생성형 AI(Generative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결제 시스템 사이에서 ‘에이전트(Agent)’가 자동으로 최적 결제 경로를 찾고 실행해 주는 서비스다. 기존에 사용자가 일일이 카드 정보를 입력하거나 결제 단계를 거쳐야 했던 번거로움을 줄여 결제 승인 시간과 오류율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Agent Toolkit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샘플 코드 등을 통합 제공하여 개발자들이 단 몇 줄의 코드로 AI 결제 기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gent Sign-Up은 신규 파트너사가 규제 요건과 보안 테스트를 자동으로 통과할 수 있는 셀프-서비스 등록 포털이며, Insight Tokens는 결제 흐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 집계·분석하여 위험 관리와 소비자 행동 예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Agentic Consulting Services는 맞춤형 AI 전략 수립, 규제 자문, 보안 프레임워크 구축 등 컨설팅 전반을 담당한다.
“우리는 생태계 전반의 파트너와 함께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를 정의할 표준과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 — 욘 램버트(Jorn Lambert) 마스터카드 최고제품책임자(CPO)
‘에이전틱 커머스’란? 이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구매 의도·취향·지출 한도·보안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최적의 결제 시나리오를 설계·실행하는 차세대 상거래 개념이다. 예컨대 AI 스피커에 “신발 하나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사이즈·브랜드 선호도·재고·가격 등을 분석해 자동 결제까지 완료하는 식이다. 국내 결제 업계에서는 ‘자율 결제(Autonomous Payment)’로도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개발자 친화적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AI 결제 경험을 빠르게 대중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마스터카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제 데이터·보안 시스템·규제준수 모델을 이미 갖추고 있어, 스타트업부터 대형 금융사까지 다양한 플레이어가 별도 투자 부담 없이 AI 결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AI 기반 결제 확산은 소비자 편의성과 보안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카드사·핀테크 기업은 AI를 활용한 사기 탐지 시스템을 이미 상용화하고 있는데, 에이전트 결제는 여기에 실시간 의사결정 기능까지 결합해 비정상 패턴을 즉시 차단한다. 또한 토큰화(tokenization) 기술이 결제 정보 노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낮춘다.
국내 시장에도 의미가 크다. 한국은 2024년 기준 모바일 결제 비중이 전체 소비 지출의 55%를 넘어섰는데, 마스터카드의 새로운 API가 국내 PG사(결제대행사)·커머스 플랫폼과 호환성을 확보한다면, AI 결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규제 공백과 책임 소재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결제 결정을 내렸을 때 책임 주체를 어떻게 구분할지, AI가 수집·분석하는 데이터 범위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이에 대해 마스터카드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rivacy by Design)’ 원칙을 솔루션 전반에 적용하고, 규제기관·산업 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자의 시각
마스터카드의 이번 발표는 AI 결제 기술이 ‘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로 본격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빅테크(Big Tech)가 주도하던 ‘생성형 AI 도구 경쟁’이 이제는 전통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경험(UX)과 사업자 수익 구조까지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도 API 표준화 논의에 조기 참여해 ‘글로벌 상호운용성’ 역량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간 상호호환성 확보, ▲에이전트 의사결정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지역별 규제 정합성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실시간 결제망(RTP)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같은 차세대 결제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에이전트가 지급 결제 이상의 투자·대출·자산관리까지 포괄하는 ‘AI 금융 슈퍼앱’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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